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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01.26 치앙마이2
  3. 2018.01.22 치앙마이
  4. 2018.01.15 지루한 방콕 생활
  5. 2018.01.10 방콕 귀환 1일 차
  6. 2017.12.31 2017년 극장 개봉 관람작
  7. 2017.10.04 바디앤소울
  8. 2017.09.22 도쿄가 아닌 어느곳들의 사진
  9. 2017.09.08 여행은 짧고 현타는 길다
  10. 2017.09.06 요코하마

빠이

2018. 1. 27. 17:05 from 싸돌

다음날 코헤이가 체크아웃하고 치앙라이로 떠나서 룸 메이트들이 일찍 일어나 바이바이 해줬다.
챠우는 방을 연장하지 못 해 일본인 여자가 있는 옆 방으로 짐을 옮겼고 이후 같이 마사지 가기로 약속 한 뒤 나 혼자 나가서 밥을 먹고 환전을 했다. 그리고 호스텔로 돌아와 챠우 방에 노크했는데 웬 케이지 금발버전같이 생긴 애가 방 문을 열며 엄청 크게 인사했다. 걔 이름은 브래들리. 호주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여지껏 만난 호주 애들은 대부분 광기로 점철되어 있는 듯. 아무튼 걔도 똘끼가 심했다.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인이라 했더니 싸우쓰 코리아 크레이지라고 히말라야 등산을 너무 자주 한다며 오바육바를 떨었다. 챠우는 브래들리에게 내가 내일 빠이에 간다고 말했고 브래들리는 빠이 최고라고 엄청 찬양을 했다. 그래서 내가 치앙마이가 좋냐 빠이가 좋냐 물었더니 빠이!!!!!!!!!비교조차 안 돼!!!!!!라며 겁나 소리질렀다. 그걸 듣고 챠우가 자기도 빠이에 가고싶다며 나에게 같이 가도 되겠냐 물었다. 난 좋다고 했고 그 날 내가 예약한 숙소를 보여줬는데 자기한텐 좀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숙소 예약할 때 고민했던 곳들 중 좀 더 저렴한 곳을 보여주고 그곳으로 같이 예약을 했다.
챠우와 마사지 받고 숙소로 돌아와 방에 있던 친구에게 같이 맥주 마시자고 권유해 편의점에서 들러 맥주를 사 다시 숙소에 갔더니 1층 로비에 맛세가 앉아있었다. 맛세에게 우리 맥주를 좀 나눠주고 수다를 떠는데 맛세가 갑자기 배 고프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때가 거의 밤 12시여서 내가 저녁 안 먹었냐고 물어봤더니 저녁도 먹고 스무디도 6개나 마셨다고 했다. 그래.. 코끼리나 기린도 초식동물이지. 결국 전 날 갔던 그 팟타이 집을 또 갔다. 사실 난 저녁에 그 식당에서 이미 팟타이를 먹고 돌아온 상태였는데 내가 너무 자주 가니 주인 아줌마가 나(그리고 우리)를 알아봤다. 식당은 중국 여행객들이 판을 치고 있었고 그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시켜댔다. 나중에 우리도 주문을 했고 중국 관광객들이 떠드는 걸 구경하며 음식 나오길 기다렸다. 근데 아주머니 혼자 음식을 만들다보니 우리 음식은 10분, 15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맛세가 아주머니에게 음식 나오려면 얼마냐 걸리냐고 물었고 그 분이 15분 정도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맛세는 그냥 돌아가자고 말했고 나도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알았다했다. 나와 친구가 다른 데라도 갈래? 물었더니 풀 죽은 채 아냐..됐어.. 라고 했다. 걘 좀 그런 초딩스러운 면모가 있는 것 같다.
다음날 짐을 싸고 빠이로 가는 버스를 예약한 뒤 챠우, 맛세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맛세는 밥 먹기 전에 자기가 좋아하는 주스바에 가자고 했고 우린 해바라기 아보카도 어쩌고 주스를 마셨다. 아주 건강한 맛이었다. 맛세놈은 그걸 두 개나 사서 쭉쭉 마셔댔다. 같이 밥 먹을 때도 혼자 국수를 엄청 빨리 먹고 밥 한 그릇 추가해 칠리소스 뿌려서 와구와구 먹어댔다. 밥 먹고 산책할 때도 걘 잠깐!하면서 빵집에 들어가 빵을 우적우적 먹으며 걸어가고 또 잠깐!하고 과일가게에 가 토마토를 사 왐냥냥먕 먹어댔다.
버스가 도착하고 맛세가 우릴 배웅해줬다. 그리고 자기가 빠이 숙소에 수영복을 두고 왔는데 그것 좀 찾아서 치앙마이 돌아오면 좀 전해달라는 심부름을 받았다. 그래서 내 배낭에 니 수영복 넣을 자리없으면 입은 채로 오겠다며 바이바이 했다.
험난한 커브길을 거쳐 네 시간만에 빠이에 도착했고 밥을 먹은 뒤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침대에 누워 쉬고있는데 갑자기 개 한마리가 우리방으로 쳐들어와 내 침대 위에 올라왔다. 깜짝놀라서 주인에게 이 개 뭐냐고 물어보니 숙소에서 키우는 개라고 했다. 주인의 허락을 받고 개를 침대 위에 있게하고 같이 놀았다. 한참 개랑 노는데 방 안에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걔들은 둘 다 미국인이었고 오늘 호스텔에서 만난 사이라고 했다. 한 놈의 이름은 윅터였고 걘 일본애니를 좋아하는 오타쿠이자 캘리포니아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였다. 좀 주의력 결핍이 있는 것 같았지만 웃긴 애였다. 그리고 다른 한 놈 이름은 써니였고 텍사스에서 온 베트남계 미국인이었다. 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지 나보고 키가 소녀시대 닮았다는 뭔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고 한국 드라마 얘기를 해댔다. 역시 난 뭔 소리인지 하나도 몰랐다.
걔들이 내일 우리랑 바이크 탈래?라고 말해서 난 운전할 줄 모른다 했더니 자기가 가르쳐 준다고 했다. 난 면허증도 없을 뿐더러 빠이에서 바이크를 운전하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바이크를 빌리는 절차도 너무 허술하고 도로엔 정신나간 투어리스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 날은 너무 피곤해 일찍 씻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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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치앙마이2

2018. 1. 26. 23:24 from 싸돌

빠이에서 지난 치앙마이의 기억을 최대한 더듬으며 쓴다

밤에 숙소 샤워실이 꽉 차서 못 씻다가 1층 로비에서 떠드는 일본인 여자와 중국 여자애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땐 아직 일본인 여자와 어색해지기 전이었다. 중국 여자애는 가끔 복도에서 마주칠 때 인사만 하다가 그날 처음 대화를 나눠봤다. 근데 나도 영어를 정말 못 하지만 그 애들은 나보다 더 못 했고 어쩔 수 없이 번역기를 뚜드리며 간신히 의사소통을 했다. 재밌는 건 걔들이 번역기에 중국어를 작성하고 그것을 영어로 번역->나에게 구두로 들려주는?작업을 거쳤는데 당최 걔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글을 보여달라했더니 완강히 거부하고 자긴 꼭 말로 하겠다며 천천히 잘 들어보라고 했다. 말은 더럽게 안 통했지만 귀엽고 웃겼다.
한참 얘기할 때 걔들 친구 한 명이 또 숙소로 들아와서 나보고 자긴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며 이종석과 이광수를 좋아한다고 어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연예계에 관심없는 나는 다시 한 번 짜게식었다.
방에 한국인 여자애가 한 명 왔었는데 얜 사람과의 대화를 극히 피했다. 걘 하룻밤 자고 다른 데로 가버렸다.
다음날 그 여자애가 떠난 자리에 키가 겁나게 큰 남자가 들어왔다. 걘 방에 들어와서 쭈뼛거리다가 나에게 에어컨 켜는 법을 물어봤다. 모르겠다하고 일본인 여자에게 물어봤더니 그 사람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더니 어색하게 아..그래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놈 이름은 마르셀(통칭 맛세)였고 독일사람이었다. 태국엔 정말 독일인이 많다. 처음에 자기 이름을 맛세이라고 소개하길래 거 이름 한 번 특이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마르셀의 독일 발음인 마르셀을 겁나 독일스럽게 발음해서 대충 마르셀->맑셀->맛세라고 들린 거였다. 아무튼 난 그 애를 계속 맛세라고 불렀고 앞으로도 맛세라고 적을 것이다.
걘 누가 독일인 아니랄까봐 겁나 재미가 없었다. 어색함을 깨기 위해 허접한 내 영어실력을 최대한 동원해 말을 걸어도 걘 항상 아..오케이..로 대화를 끝냈다. 얜 여행까지 와서 아침마다 명상을 한 뒤 채소주스를 마시고 헬스를 하는 정말 매사에 진지하고 바른애였고 심지어 비건이었다. 채식주의는 정말 어려운 일이고 난 그들을 존중하지만 걔가 비건이라하니 정말 완전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 놈이 오늘 내일 뭐 할거냐고 묻길래 아무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심심하면 내일 같이 선데이마켓에 구경가자고 했다. 근데 그 말조차 정말 건조하고 아무 표정없이 했다. 난 일단 알았다고 했지만 한 편으론 걱정이 앞섰다. 난 타지에 나가면 아무도 날 모른다는 이점을 이용해 아무에게나 말을 걸며 아주 나대고 다니지만, 걔랑은 무슨 말을 해도 어색했다. 같이 잘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 로비에서 컴퓨터하던 일본인 남성 코헤이에게 쪼인을 권유했다. 다행히? 코헤이가 오케이했고 그 김에 둘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코헤이는 전날 밤 술집에서 지갑 속 돈을 누가 몽땅 훔쳐가 풀이 죽어있었다. 나는 그래도 몸 성한 게 어디냐 돈 잃는 건 최악이 아니다 라며 아주 상투적인 위로를 했다. 코헤이는 야돔을 겁나 사랑하는 인간이었다. 걘 야돔을 10개나 가지고 다녔고 가방에 걸 수 있는 고리형도 보여주겠다며 가방을 뒤졌지만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도둑이 돈이랑 같이 쌤쳤나보네 ㅋ하고 놀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맛세, 코헤이와 5시에 방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나는 침대에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일본인 여자가 방을 옮긴 게 바로 그 날이었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이름은 츄챠우(통칭 챠우)였고 중국인인데 나와 동갑이었다. 그 애는 내가 만나 본 중국인 중 가장 영어를 잘 했고 말투도 상당히 똑부러졌다. 성격도 굉장히 적극적이라 그 애가 오자마자 엄청 많은 말을 했는데, 걘 너무 말이 빠르고 그 애에 비해 내 영어실력은 너무 발이라 계속 어? 뭐라고?뭐라고?를 반복해야 했다. 챠우는 치앙마이에 놀러 온 자기 중국친구를 만나야 하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나와 동행이 같이 선데이마켓에 가자고 권유했다. 다행히 챠우가 알았다고 해서 어색함에 대한 나의 두려움은 사라졌다.
결국 이 날 룸메이트 모두가 선데이마켓에 함께 갔고 아주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중간에 일행들끼리 길을 잃을 땐 뒤 돌아 맛세를 찾으면 됐다. 걔는 키가 무려 2미터였고 덕분에 등대역할을 아주 톡톡히 해주었다. 중간에 챠우가 우유사탕을 사서 우리에게 나눠줬고 그걸 코헤이가 다시 맛세에서 나눠줘서 한 입에 털어넣었는데, 내가 '그거 우유인데 너 먹어도 돼?' 했더니 인상 개 팍 쓰고 뱉은 뒤 풀숲으로 던져버렸다. 그러고선 갑자기 수줍게 웃으며 '그래도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거 보고 진짜 웃겨죽는 줄 알았다. 그 순간 맛세란 인간이 너무 좋아졌다. 해맑은 자식.
근데 챠우는 처음엔 코헤이를 썩 내켜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면 코헤이 걘 자기 나라를 너무 사랑했고 일본문화에 대한 프라이드도 엄청 강했다. 어느정도냐면 유카타를 입고 밖에 싸돌아다녀 상인들의 어그로를 온 몸으로 흡수하고, 거기 노점에서 파는 초밥은 짝퉁이라며 자긴 절대 안 먹겠다고 손사레를 쳤다. 일본짱짱맨 마인드가 몸에 배어있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자국민이 자기 나라 사랑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여행지에서 만난 일본인 중 몇몇은 굳이 타국에서 자기 문화의 우월함을 알리려는 무리수를 보였다. 물론 다양한 문화의 교류는 중요하고 재미있는 일이며 또 그것이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르겠다. 그 애는 일본인이고, 나와 챠우는 그 나라가 일으킨 전범 행위와 학살을 겪었던 나라의 사람이다. 그리고 일본은 그에 대한 역사 청산을 아직도 하지 않은 나라이다. 그런 상태에서 일본은 세계최고 일본은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일본은 깨끗한 나라!라고 강조하는 것이 내 입장에선 썩 유쾌하지 않았다. 내가 챠우 입장까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처음엔 챠우도 그런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 같아 보였다. 어쨌든 나중엔 다들 친해게 지냈지만 그땐 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아무튼 룸메들과 길바닥에서 음식도 사 먹고 음식도 사 먹고 음식도 사 먹으며 재미있게 놀고 타패에 갔는데 맛세가 빛을 내며 고무줄로 튕기면 하늘로 날아가는..여의도에 많이 파는 이름 모를 장난감을 사서 지 혼자 정신없이 튕겨댔다. 우리가 맥주 마시자고 불러댔는데도 걘 장난감에 빠져서 그것만 몇 십분을 갖고 놀았다. 결국 기린같이 큰 애를 펍에 질질 끌고 갔고 거기서 맥주를 마셨다. 맛세는 레이디보이에게 인기가 많았다. 코헤이는 콧구멍에 야돔을 끼고 쌩쑈를 했다. 아주 재미있었다.
맥주를 다 마시고 근처 술집으로 2차를 가자며 나왔는데, 맛세가 자꾸 딴 길로 샜다. 걘 자기가 가고싶은 바가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거기 안 가면 바로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거기서 난 괜한 천사병이 돋아서 일행들을 불러 맛세가 가고싶어하는 바에 가자고 말했고 다들 오케이했다. 근데 걔가 말 한 술집은 정말 더럽게 멀었고 가는 길도 복잡했다. 한 30분은 넘게 헤맸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일행들이 점점 지쳐갈 때 걔가 말 한 술집이 드디어 나왔다. 그리고 나와 맛세가 먼저 그 술집 입구로 다가갔는데 문지기같은 사람이 갑자기 우리에게 여권을 내놓으라고 했다. 알고보니 거긴 평범한 술집이 아니라 무슨 테크노클럽? 같은 데였다. 맛세는 무거운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고다니며 아침마다 테크노음악을 듣는 테크노 빠돌이였다. 우린 모두 거길 들어가고 싶지 않아했지만 맛세는 거길 가고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상의 끝에 그 앞에서 호스텔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과 클럽 가고싶은 사람끼리 찢어지자고 했으나 맛세는 또 그건 원하지 않는다고 해 결국 다들 호스텔로 돌아갔다. 걘 매우 아쉬워했다. 그냥 그 앞에서 맥주나 마시고 들어갔어야했는데 나의 괜한 오지랖으로 마무리가 흐지부지해졌다.
돌아가는 길에 맛세가 계속 배고프다고 찡얼대서 호스텔 근처에 있는 유일하게 문을 연 식당에 들어가 팟타이를 시켰다. 그리고 그 팟타이는 이후 우리의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나는 한국어와 영어와 일본어의 카오스 사이에서 완벽한 0개 국어를 실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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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치앙마이

2018. 1. 22. 15:27 from 싸돌

치앙마이 온 지 일주일 째. 요 며칠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고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났다.
한 숙소에서 쭉 머물고 있는데 여긴 이상한 사람이 정말 많다. 첫 날 방콕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해 친구를 만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까지 갔는데 카운터엔 아무도 없고 로비에 어떤 남자 한 명만 누워있었다.
남자에게 넌 누구냐. 호스텔 스태프냐. 나 어제 여기 방 예약했다. 키 내놔라. 하고 말했더니 그 남자가 자기는 직원이 아닌 일개 투숙객이며 스탭은 퇴근했고 도움이 필요하면 지가 전화해보겠다고 했다. 남자가 호스텔 직원에게 전화를 하면서 혹시 카운터에 바우처가 있나 뒤적거렸지만 직원은 전화도 안 받고 바우처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 해결법을 찾고있는데 드디어 직원과 통화가 됐고 내가 여기 예약을 했는데 어쩌고 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근데 직원은 내 이름으로 오늘 예약한 사람이 없으며 니가 예약 잘 했는지 한 번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폰으로 내 예약확인서를 봤는데 이런 시부럴? 멍청하게 숙소 예약을 한 주 뒤로 해 놓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예약을 다시 하고 일단 하룻밤 잔 뒤 다음날 직원이 오면 돈을 지불하기로 했다. 글로 쓰면 상당히 간단하게 일이 해결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과정은 아주 길고 지랄같았다. 그리고 그 지랄같은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 준 눈이 맑은 남미 청년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웃긴 게 걘 자기도 투숙객이면서 무슨 게임 npc처럼 늘 로비 구석탱이에서 과자를 먹으며 나와 같은 우매한 인간들을 돕고 다녔다. 길에서 볼 때마다 인사했으나 며칠 후 체크아웃해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인물이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방에 들어와 바로 짐 풀고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는데, 여기서 정말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진심 최근 6개월 간 내가 겪은 일 중 제일 웃긴 사건이었다.
방 안의 사람들은 다 자고 있고 난 핸드폰을 보며 내일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한 새벽 2시 쯤 덩치 큰 여자가 들어 와 침대에 그대로 뻗어 잠 들었다. 꽐라됐나보다 하고 별 대수롭지않게 여긴 뒤 다시 폰 보며 빈둥대는데, 그때 내 밑에 사람이 코를 골기 시작했고 거기에 반응하듯 내 옆의 위의 사람도 코를 골았다. 난 귀마개도 갖고 있고 아주 심하지만 골으면 약간의 소음은 참을 수 있기 때문에 또 별로 신경 안 썼는데.. 그때 내 고막을 뭉갤 듯 졸라 미친듯이 겁나 큰 탱크소리가 들려왔고 곧장 그게 늦게 들어온 여자의 코 고는 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진짜 그렇게 큰 코골이는 내 생에 두 번째였다. 너무 커서 짜증나는데 동시에 그 인간에게 생명의 지장이 가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여자가 한참 탱크소리를 내고 있는 순간 갑자기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경쟁하듯 코를 더 크게 골아댔고 진짜 ㅋㅋㅋ무슨 도레미파솔라시도!해서 점점 음 올리는 게임 하는 것 같았다. 너무 시끄럽게 짜증나는데 동시에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혼자 속으로 웃다가 앞 쪽을 봤는데 내 일행이 얼굴에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지 혼자 웃음을 참고 있었고 그 장면을 본 나는 갑자기 빵 터져서 혼자 끆끅댔다. 와중에도 코 골기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졌고 정말 누구 하나 우열을 가릴 수 없을만큼 미친듯이 시끄러웠다. 일행과 나는 서로 메세지를 보내며 너무 웃기다고 저 사람들 뭐냐고 낄낄대고 있는데 그때 방 안의 누군가가 "스고이..."하며 조용히 뱉은 한 마디에 난 겁나 빵 터지고 웃음 참느라 눈물이 나기 직전까지 갔다. 그리고 몸부림치다 내 물건이 1층 침대와 바닥으로 다 떨어지면서 소음을 일으켰고 방 안은 더욱 카오스가 되었다.
난 거의 울기 직전이 되서 방 밖으로 뛰쳐나와 로비에서 미친년처럼 풐ㅋ캐키켘ㅋㅋ케케켘ㅋㅋ낅ㅋㅋ ㅋㅋ하고 웃고 일행도 곧 뒤 따라 나와서 나랑 엄청 웃었다. 그때 시각이 새벽 세 시 반이었다. 아 사실 전에 숙소에서도 엄청 크게 헬로우???!!하고 전화받던 여자 때문에 한 번 터진 적이 있었지만 코골이 사건은 그것의 10배는 더 강력하고 짜릿한 경험이었고 그 날부터 스고이는 우리 유행어가 되었다.

새벽에 웃느라 너무 늦게 잠 들어서 다음날 완전 늦잠을 자고있는데 방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깼다. 침대에 무당집 마냥 온갖 빨래를 걸어놓고 짐을 여기저기 다 풀어해쳐놓은 한국인 아줌마가 내 밑에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여자와 코 엄청 골던 덩치 큰 미국 여자와 떠들도 있었다. 처음엔 자기들끼리 너 코 고는 소리 대박이더라 이런 얘기하고(자기가 코 골은 생각은 못 하고) 나중엔 한국인 아줌마가 이 방 너무 비싸고 구리다 난 치앙마이 엄청 자주 오고 더 좋은 방을 안다 이러면서 불평불만을 시끄럽게 늘어놨다. 그러더니 밑에 여자도 어눌한 한국말로 그 숙소 자기도 알려달라했다. 곧 미국여자는 짐 싸고 떠나고 한국아줌마도 계속 씨부렁대며 짐을 챙겨댔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쪽을 향해 자요?자요?자요?자요?하며 말을 걸었는데 피곤하고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아 자는 척 무시했다. 그렇게 10분 지났나 아줌마는 내 침대 앞으로 와서 한국분!!한국분!!!하며 날 불러댔고 난 겁나 인상을 쓰며 네?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대뜸 나에게 이 앞에 있는 어쩌고 호스텔이 있는데 거긴 가격이 얼만데 시설이 더 좋고 그 가격은 곧 변동이 있을 건데 부킹닷컴에서 예약할 수 있고 나는 지금 그곳을 갈 거니 그렇게 알아라. 하고 말 했다.
?정말 뭐 어쩌란건지 싶었고 그 아줌마가 다른 호스텔에서 자건 길바닥에서 자건 그걸 내가 왜 알아야되나 한 3초 정도 고민하다가 '나갈 때 문 좀 닫으세요' 라고 대답했더니 바로 짐을 들고 나가버렸다. 진짜 어이없었다. 말투도 무슨 추천이나 권유가 아닌 본인이 여행 많이 다녀봤다는 자랑 및 허세의 뉘앙스였다. 빨리 체크아웃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전날 밤 스고이를 외쳤던 여자는 재일교포였다. 40대 중반 정도로 보였고 되게 이곳저곳 정처없이 떠도는 사람이었다. 여자는 내가 일본어를 할 수 있단 걸 알자 흥미를 보였고 본인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나 남자배우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난 드라마를 안 봐서 뭔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여자와 한참 얘기하고 있는데 그 날 한국 아줌마가 나가고 빈 자리에 젊은 일본인 남자가 새로 들어왔다. 태국에 한국인과 중국인이 판 치는 것에 비해 일본인은 보기가 힘들었는데 한 방에 두 명이나 있으니 신기했다. 남자도 껴서 셋이 한참 떠들다 여자와 맥주를 마시러 나갔다. 여자와 맥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뭔가 대화를 나눌 수록 말이 잘 안 통하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대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그보다는 서로 사고방식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안 맞았다. 치앙마이 와서 거의 처음 사귄 사람이었는데 끝이 안 좋았다. 여자는 어제 체크아웃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인 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여자는 옆 방으로 옮긴 거 였다. 왠지 나를 포함한 우리방 사람들을 피하는 것 같은데(나도 그랬지만) 정말 이상하다.





​​​​

비둘기를 지배하는 자.
중국인들은 왜 비둘기를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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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지루한 방콕 생활

2018. 1. 15. 02:23 from 싸돌


방콕 온 지 6일차. 별 거 없는 지루한 생활을 보내고 있음.
내일 모레면 드디어 치앙마이로 이동한다. 가면 초밥도 먹고 초밥도 먹고 초밥도 먹고 초밥도 먹을 것임. 정말 먹고싶다!!!!!!!
난 평소에도 밥을 잘 안 챙겨먹고 여행 다닐 땐 더더욱 안 먹어서 공복+과음+흡연의 폐해로 늘 위장약을 달고 사는 인간인데 이번엔 왜인지 제때 끼니를 챙겨먹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미친듯 배가 고프다.
어제도 밤에 너무 배고파서 구글에 음식짤을 검색해 혼자 침을 삼켜대고 한국에서도 별로 안 먹는 한식을 갈망하기까지 함.
근데 숙소 바로 앞이 편의점인데 가기 귀찮아서 안 나가는 걸 보면 배가 덜 고픈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배고파서 지금 먹고싶은 것들을 적으며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1. 편의점에 파는 안에 맛살같은 거 든 빵.
이름 생각 안 나는데 아까 늦은 점심으로 허겁지겁 먹다가 약간 얹혔다. 근데 또 먹고싶다

2. 로띠.
숙소 앞에서 늘 팔고 있었는데 어제 오늘 주말이라 그런지 안 나옴. 아까 점심으로 먹으려다 못 먹고 저녁에 마트 앞에서 다른 점포를 발견했는데 배불러서 지나침. 너무 후회됨

3. 스틱키라이스.
이 또한 마트 근처에서 파는 것을 목격했으나 배불러서 패스. 내가 미쳤지

3. 초밥.
치앙마이 도착하는 날 먹을 예정

4. 치킨라이스.
저녁으로 먹으려다 가게에 없어서 못 먹음

5. 도넛.
그냥 한국에 있을 때부터 먹고 싶었음


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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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방콕 귀환 1일 차

2018. 1. 10. 02:27 from 싸돌

​​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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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2017년 극장 개봉 관람작

2017. 12. 31. 23:51 from 씹뜯

올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17년 극장 개봉작 및 관람작을 정리해봄.

거참 시간 드럽게 빠르네

이번 해는 여행도 다니고 뭐 이것저것 하느라고 영화관은 자주 못 감.

8월에 푸 파이터스 내한공연을 다녀왔는데 그 다음주에 바로 한국을 떠서 그것도 넘어갔다

다음에 마음 내키면 머리 쥐어짜내서 적어봄


참고로 트레인스포팅2는 우리나라에서 개봉도 못 한 채 VOD행.

다른 쓸데없는 건 잘만 수입해오더니 이건 왜 버려진 건지 나도 의문.

뭐 어른들의 사정이 있겠죠





1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너의 이름은.

2월: 컨택트, 문라이트

3월: 밤의 해변에서 혼자

4월: 아비정전(재개봉), 분노

5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겟 아웃

6월: 런던 프라이드

7월: 옥자, 덩케르크

8월: 내 사랑

9월: 그것, 베이비 드라이버, 윈드 리버, 킹스맨: 골든 서클

10월: 마더!

11월: 러빙 빈센트

12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초행, 스노우맨, 세 번째 살인


VOD감상: 트레인스포팅2, 어 퍼펙트 데이, 더 테이블








본능과 변명과 성찰과 쎅쓰에 자기방어 두 스푼.

요즘 홍상수 볼 때 마다 느끼는 게 확실히 예술하는 족속들은 뚱뚱한 것보단 삐쩍 꼻은 쪽이 포스있음.

자유의 언덕 때까지만 해도 그냥 살 찌고 색밝히는 영화과 교수같더니 살 빠진 이후로는 사색 잘 하고 색밝히는 영화과 교수겸 감독같아 보이는게 젊은 여자 꼬시긴 더 좋겠구나 싶더라고. 입 털기도 편하고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 작품.

와타나베 켄, 마츠야마 켄이치, 미야자키 아오이 등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진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히마리없고 게을러터진 일본 영화들 보며 승질 나 있던 참에 발견한 작품. 피가 부글부글 끓는 듯한 강한 힘이 있다.

많은 일본영화가 취하는 오바스러운 감정 연기나 연출 경향은 여기서도 좀 드러나긴 한다만 힘이 워낙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그것이 나쁘게 다가오진 않았고, 그보단 영화 초중반에 받아들이기 좀 불쾌한 장면이 있는 것이 개인적으론 마이너스였음. 그 외엔 좋았다.

아 그리고 아야노 고는 작품 속에서 노출을 꽤 자주하는듯; 사전정보없이 보러 갔다가 헐 또 벗네; 감사합니다 함



종나 사진 좀 찾으려 했더니 보도사진이 다 다정하고 애절하고 난리 남



아야노 고 이 사진 존나 홍상수 같음 시벌







전작보다 조금 못 한 영화라고 생각했으나,

9월 개봉한 한 영화 때문에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는 명작으로 재평가 받게 되는데....








작품의 훌륭함을 떠나서 플롯이 더럽게 복잡한 영화를 썩 좋아하지 않는 탓에 놀란 영화들은 늘 내 취향과 벗어나 있었는데 이 영화는 정말 재미있게 봤다. 심지어 울었음.

역시 완성도와 러닝타임은 비례하지 않는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공포영화로 분류하자면 한참 떨어지고 성장영화로 보자면 어느정도 봐줄만 하다.

대신 공포만 기대하고 본 사람은 오히려 성장영화적 요소들이 어이없고 짜증날 듯.

이거 볼 때 내 옆에 커플이 앉아있는데 저 삐에로 나올 때 마다 남자가 끄잉ㅎ헑!!!!!!! 소리지르고 팝콘 쏟고 난리치더니 영화 끝나자마자 뭐야...하나도 안 무서워... 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보다가 반 쯤 기절하고 기억을 잃은 듯







액션을 가장한 음덕 영화. 2017 내 최고 기대작(이었음).

뜨거운 녀석들 이후로 수입이 끊긴 에드거 라이트 영화라 이게 개봉이나 할 수 있을지 똥줄탔는데 결국 화려하게 내한행사도 하고 소소한 흥행까지 한 신기한 작품.

다만 미국 억양 가득한 에드거 영화에 익숙해질 시간이 좀 필요한가 봄. 사실 맨날 달고 다니던 영국 친구들 떼어놓은 작품이 베이비 드라이버가 최초는 아니다만 스콧 필그림은 워낙 오덕 요소가 강했으니; 그런 거 느낄 틈이 없었음.

근데 그렇다고 이 영화에 오덕 요소가 빠졌냐하면 그것도 아닌게 베이비 드라이버는 철저한 음덕 영화란 말이지.

이전 영화들에 나타난 에드거 라이트의 음악 사랑 밑 영화에 이용할 줄 알는 능력치 전부를 갈아넣은 총집합이 바로 이 영화 아닌가 싶음.

아 갑자기 쓰기 귀찮아 영화 보자마자 썼어야 했는데 지금 쓰려니 생각이 잘 안 남. 차기작 나오면 그땐 바로 쓰겠음







킹스맨 더 골든서클 시발 병신같은 영화

내가 킹스맨 완전짱팬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으나 매튜 본 팬이면서 소소하게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1인데도 이렇게 병신영화라고 열 내는 거 보면 이 영화는 정말 쓰레기인 게 틀림없음.

진짜 매튜 본은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다. 평소에도 죄 없는 인물 근거없이 죽이는 짓은 자주 했지만 뭐 윤리적 감상 배제하고 작품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하고 눈 감아줄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시발 그걸 주요 등장인물들에게까지 적용하는 건 완전히 팬 기만하는 짓거리 아니냐.

2에서 해리를 살린 이유가 팬들이 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팬을 위해서 살렸다 이러고 입 터는 것 때문에 더 재수없음.

자~ 여러분 소원대로 해리를 살려냈습니다. 그 대신 얘들은 죽여도 되죠?~^^ 이건가 무슨 등가교환도 아니고 시발.

그리고 이 영화의 병신같은 점 또 하나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후졌다는 점이다.

줄리앤 무어가 아무리 연기를 잘 하면 뭐 하나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없는데. 아니 좋게 봐줘서 포피는 넘어간다 쳐도 페드로 파스칼이 맡은 위스키는 진짜 답도 없다.

어디 명탐정 코난에서도 안 나올 법한 개연성을 관객들한테 들이대???? 이런 미친?????

그냥 2010년대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초딩도 안 만들 법한 1차원 완전평면 캐릭터임.

그나마 채닝 테이텀이 새 캐릭터로는 봐줄 만 한 것 같은데 얘도 그저 3편 떡밥 남기는 용도로 전락;

이쯤 되니 킥애스2는 명예로운 죽음이었던 듯. 매튜 본 개샛기.










오랜만에 본 겁나 긴 영화. 중간 인터미션 10분 주고 러닝타임 네 시간.

1부 볼 땐 겁나 괴로웠는데 오히려 2부 때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더라.

아 나 지금 갑자기 느낀 건데 킹스맨 실컷 욕 하다 재미있던 영화에 대해 쓰려니 별로 쓸 게 없어. 역시 사람은 분노가 원동력인 게 맞나봄






여기 킹스맨에 견줄 쓰레기 영화가 또 있음.

으 토마스 알프레드슨한테 낚였어 샹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이었다가 하차한 뒤 토마스 알프레드슨한테 넘어가서 급하게 찍은 영화라고 함.

그래서 그런지 학부생이 전 날 급하게 마무리 해서 대충 낸 과제물마냥 처참하기 그지없는 완성도를 뽐냄.

참고로 난 프리패스 써서 무료로 봤는데 정말.. 돈을 안 줬음에도 불구하고 내 수명 2시간이 너무도 아까워서 중간중간 램 수면을 취하며 어떻게든 이 영화를 보는 것보다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부던히 노력함.

몰랐는데 이거 상영관이 압구정 cgv 한 군데밖에 없었다고 함.

그 몇 안 되는 관객 중 내가 포함되어 있다니....재수도 없지

아무튼 여기 나오는 나쁜놈도 킹스맨 후려칠 만큼 평면적이고 뻔하기 짝이 없는 구닥다리 캐릭터임. 무슨 범행동기가 시발..탐정학원 큐에서도 안 나올 병신같은 이유로 살인을 저지름.

진짜 이렇게 장점없는 영화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머릿 속에서 지우고 싶음.......이 다음 바로 이어서 본 영화가 세 번째 살인이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순서 바뀌었으면 그 날 기분 상당히 개같았을 듯.






홍상수의 동어반복적 이야기들이 지겨워질 찰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나왔듯,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차기작이 이 작품이었던 건 꽤 좋은 선택이었다.

하루종일 매미가 울던 도쿄 변두리를 벗어나 서늘하기 그지없는 훗카이도로 장소를 옮겨도 훌륭한 영화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감독의 터닝포인트같은 영화.

여담으로 저 포스터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글링하다가 일본판 포스터보고 경악했다





미친; 이게 뭐람

아무리 자국 영화 포스터가 배우 얼굴 위주라해도 샹 이건 너무 심각하게 구리잖아.

심지어 주연 배우 얼굴도 한국판이 더 잘 보여주는 듯.

포스터가 내수용은 구려도 수출하면 괜찮아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니혼진들.






아님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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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앤소울

2017. 10. 4. 18:29 from 짖기


요즘 계속 살 빠졌다는 소리를 듣는데 짜증남. 사실이기 때문임.

올해 들어 한 5개월 간은 단 한 번의 우울감도 찾아오지 않았고 잠도 잘 자다가 어느샌가부터 다시 만성피로가 몰려오고 수시로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살도 빠지고 안색도 구려짐.

그리고 다시 한 번 정신과 육체가 맺는 미칠듯 다이렉트한 관계에 경탄하게 됨.

나는 내 인생의 거의 전부를 미용체중과 저체중의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서 살았지만(거의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신생아때 우량아였기 때문에) 확실히 몸무게가 줄어도 건강하게 줄어드는 때가 있는가하면 정신의 피폐함으로 인한 체중감량은 온 몸의 좋은 영양소와 기운만 다 빠져나가서 사람을 아주 볼품없게 만든다.

근데 문제는 운동 안 하고 밥 안 먹고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는 애들 보면 다 정신이 피폐해지잖아? 예전에 아는애가 지 소원이 기아처럼 말라보는 거라길래 참 기가 막혔었지.

요즘 유튜브에서 에이미와인하우스 초창기 뮤비나 인터뷰들을 보는데 댓글의 거의 다가 건강해보인다, 행복해보인다, 예쁘다는 말임. 그걸 보니 인간의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건 몸무게가 아니라 건강이라는 것이 너무 피부로 와 닿는다. 물론 그 건강은 앞서 말 했듯 정신=육체의 건강임.

고로 정신이 건강하면 사람을 웃게 만들고 그 웃는 모습이 사람을 아름다워 보이게 해주고 그 시너지로 몸도 건강해지고 그런 거 아니겠나. 반대로 정신이 찌들면 존나 찡그리고 다니고 찡그리고 다니면 못생겨보이고 못생겨져서 빡치니까 왕창 먹어서 폭식증 오거나 살 빼려고 쌩쑈하다 거식증오거나 뭐 그러겠지. 음 근데 쓰다보니 내 얘긴데?

암튼 삐쩍꼴은 아이돌 공항사진 올려놓고 '우월한 각선미' 이지랄 하는 거 짜증난다. 하나도 안 이쁨 안 멋짐. 사람은 건강한 모습이 젤 아름답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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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첫날부터 술 먹고 4:58AM. 오야스미.






지갑 사망
구입시기: 2007년 겨울
구입처: 도쿄 어느 잡화점
작고일: 2017년 여름

동전 지갑이 없어서 집에 굴러다니던 거 주워왔는데 똑딱이가 박살났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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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짧고 현타는 길다

2017. 9. 8. 00:19 from 짖기


환상은 환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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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2017. 9. 6. 23:44 from 싸돌

키사라즈에 온 둘 째날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침 9시 쯤 느즈막이 일어나 계속 빈둥거리다가 키사라즈 역 주변이나 둘러볼까 하고 낮 2시가 되어서야 침대를 벗어나 준비를 했다.
씻고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차오가 2층으로 올라와 홍콩인 친구 '료'와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겠냐고 물었고, 뭐 딱히 상관없을 것 같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차오는 밥 먹으려면 좀 걸어야 한다길래 알았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빌어먹을 도보 30분이나 걸리는 쇼핑몰을 말한 거였다. 집 근처에 밥 집 몇 개 있던데 왜 굳이 거기까지 찾아갔나 이해도 안 되고 좀 짜증났다. 심지어 얘들은 가서 롯데리아 햄버거 먹음.
전 날 밤 차오와 너무 재미있게 얘기했던 것과 달리 차오는 나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귀엽다, 이쁘다하며 내가 밥 먹는 모습을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고 짜증나게 굴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내가 간만에 본? 여자사람이라 그런 것 같았다. 정말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걔한텐 미안하지만 피부 알러지가 있다며 밥 먹을 때 자꾸 몸을 긁어대서-심지어 눈은 계속 나를 쳐다 봄-없던 정까지 떨어질 것 같았다. 심지어 얜 같은 옷을 3일 동안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았다. 정말 하나가 싫어지니 걔의 모든 게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
걘 음식을 너무 늦게 먹어서 료와 나 먼저 옆에 있는 게임센터 구경을 갔는데 료가 갑자기 태고의 달인을 한다길래 그러라고 했다. 료는 내가 말 걸면 엄청 부끄러워하고 수줍어하는 청년이었는데 갑자기 태고의 달인을 시작하자 미친듯이 북을 치기 시작했다. 정말 북을 부숴버리는 줄 알았다. 그리고 게임기에서 마크로스 주제곡이 흘러나오니 그걸 막 따라불렀다. 얘도 오타쿠였다;
차오가 밥 다 먹고 우리 있는 쪽으로 왔고 지들끼리 게임하고 뭐 장 본다길래 그럼 난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내일 뭐 할지 좀 찾아볼테니 니들 먼저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차오는 혹시 자기랑 있기 싫은거나며 물었고 차마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 그냥 혼자있고 싶다 말했다.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정말 그 순간만큼은 절실히 혼자있고 싶었다.
혼자 스타벅스에 가서 내일 뭐 할지 찾는데 빌어먹을 유심칩이 작동하지 않았고 와이파이도 안 됐다. 인터넷 연결로 한참 애 먹다가 결국 30분도 안 되서 스타벅스를 나오고 근처 유니클로에서 티셔츠 한 장 산 뒤 숙소로 돌아갔다. 밤이 되니 첫 날 그 동네에 처음 도착할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무섭고 어두웠다. 인터넷은 안 되는데 웃기게 구글맵은 작동해서 그걸 보면서 집 까지 찾아갔다. 근데 문제는 내가 전에 검색했던 길만 인식한 채 새로운 검색이 되지 않았고 그 검색 기록은 정확한 주소가 아니었다.
그렇게 집 근처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빙빙 돌다가 다시 첫 날의 악몽을 떠올렸다. 또 웃긴 건 다른 건 안 되도 카톡은 되길래 친구에게 연락해 여기 주소 지도 좀 찍어 보내라고 했는데 다행히 친구가 답장 보내기 전에 집을 찾아 무사히 귀가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유심을 다시 끼우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며칠 전 전차 안에서 본 코스모클록의 야경이 떠올라 요코하마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날 10시 쯤 느즈막이 일어나 씻고 짐을 싼 뒤 1층 소파에 누워있는 차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근데 얘가 쿠루리선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고 자기도 이제 일 하러 나가야하니 역에 같이 가자고 했다. 응 꺼져 이럴 수 없어 알겠다고 했다. 이 날도 얜 씻지 않았다.
걘 첫 날부터 나한테 자꾸 내 사진을 찍어도 되냐 물었는데 난 평소 셀카도 안 찍기 때문에 싫다 했지만 얜 마지막날 까지도 나한테 사진 찍고싶다고 징징댔다. 그러면서 날 몰래 찍으려는 장난을 치길래 짜증나서 '아오 그만해!' 했더니 귀엽다고 계속 장난을 쳤다. 진짜 거기가 한국이었으면 쳐맞고도 남을 행동이었다.
전차에 타서도 얜 자꾸 나한테 누구누구쨩 귀여워~이지럴을 했는데 안 그래도 목소리 큰 놈이 중국어 특유의 강한 성조때문에 더 튀어서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너무 창피해서 걔 말에 웬만하면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키사라즈까지 가는 단 한 정거장이 한 백 만리처럼 느껴졌고 역에서 걔랑 헤어지는 순간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숙소 예약할 때 메세지로 너무 친절하게 답해 준 걔네 누나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키사라즈 역도 진짜 사람이 없고 조용했는데 그보다 더 아무것도 없는 키요카와에 있다가 가니 엄청 큰 도시처럼 느껴졌다. 낮 12시인데도 무슨 새벽 5시처럼 한산하고 문을 연 가게도 별로 없었다. 주변을 산책하면서 추억의 오지 동상도 구경하고 신사도 구경하다가 근처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서 소바를 먹었다. 맛있었지만 심심한 거 좋아하는 내 입엔 조금 달았다. 그리고 서울에서 내가 자주 가던 이자카야의 야끼소바 맛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여행 중 제대로 된 음식을 별로 못 먹어서 맛있게 소바를 먹고있는데 몇 미터 떨어진 곳 나무벽에 바퀴벌레로 추정되는 작은 무언가가 지나갔다. 진심 입맛이 떨어졌다. 사실 태국가면 길거리에 더 비위생적으로 음식 파는 곳 많고 나도 비교적 그런 거에 관대한 편인데, 그 생물의 존재를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니 너무 찝찝해서 대충 깨작대다 젓가락을 내려놨다. 시발..진짜 아침부터 드러운 일을 너무 많이 당해 기운이 하나도 없었고 빨리 이 동네를 뜨고 싶어졌다.
그렇게 식당을 나와 고속버스 타는 곳에서 요코하마행 버스표를 구입하고 편의점 옆에 있는 자동증명사진기에서 사진찍은 뒤 버스를 타고 요코하마에 갔다. 요코하마 역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엄청 붐비고 큰 건물도 많았다. 계속 시골에만 있다가 그곳에 가니 20몇 년만에 처음 상경한 시골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지고 너무 신기해서 역시 도시가 좋긴 좋구나라고 느꼈다.
요코하마에서 전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칸나이역에 갔는데 체크인 시간인 4시에 딱 맞춰 도착했다. 호스텔 주인은 강한 인상과는 달리 굉장히 친절하고 말투에 수줍음이 가득한 청년이었다. 나보다 더 소녀같았다.
숙소를 급하게 예약하느라 마땅한 곳이 없던 와중 부킹닷컴에서 우연히 발견한 호스텔이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가격도 저렴하고 방도 크고 만약 요코하마에 또 간다면 다시 예약하고 싶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나도 모르게 잠 들어서 7시가 다 된 시간에 밖으로 나왔다. 혼자 코스모월드까지 걸어가면서 쐬는 밤바람이 기분좋았다. 한 20분 정도 걸어서 코스모월드에 도착했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밝고 신나는 분위기라 1차 당황했고 그 안이 커플로 가득 차 있어서 2차 당황했다. 혼자 관람차 표를 사고 입장하는 줄에 서 있는데 재수없게도 입장할 때 포토존에서 알바생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그래서 내 차례가 됐을 때 아 전 됐어요!하고 손사례쳤더니 아;예; 하는 표정으로 그냥 지나가라고 했다. 참고로 내 바로 앞에서 입장한 고딩 커플은 나중에 관람차 안에서 아주 서로 잡아먹을 듯이 폭풍키스를 하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렇게 강려크한 타인의 키스신을 눈 앞에서 보는 건 2년 전 룸소주방 건너편에서 술게임하던 신입생들 이후로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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