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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04 요후카시
  2. 2018.02.15 빌어먹을 sns
  3. 2018.02.09 깐짜나부리부리
  4. 2018.02.09 끝났다아ㅏㅏ아ㅏ라라아
  5. 2018.02.03 빠이빠이
  6. 2018.02.02 계속 빠이
  7. 2018.02.02 악몽의 빠이생활 3
  8. 2018.02.02 악몽의 빠이생활 2
  9. 2018.01.29 장기여행에서 외로움 극복하기
  10. 2018.01.28 악몽의 빠이생활

요후카시

2018. 3. 4. 23:13 from 짖기



요후카시 저번주 방영분을 봤다.
시니어 세대의 개인적인 뉴스에 대해 인터뷰하는데 뜬금없이 죽고싶어..라고 말하는 아저씨보고 빵 터졌다가 이어지는 지금 정치는 글렀다 라는 말에 곧바로 수긍.
근데 가관은 작가로 보이는 저 제작진의 대답. 아베로는 안 된다는 아저씨 말에 아베상 애쓰고 있지 않냐고 답 하는데 아저씨는 그게 애쓰는 거냐 반문. 거따대고 하는 말이 '극진하게......'
테아츠이는 개뿔 뭔 개뼉다구같은 소리를 하는지.
일본 망조의 조짐은 이런 사소한 면에서 조차 발각됨.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도 없고 그러면서 허구헛날 니뽄와세카이다이이치 이지랄떨고.
아베가 진짜 아사다 마오 닮고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쉴드치겠나. 뭘 하는지 관심이 없으니 그냥 뭐 잘 하고있겠지..우린 항상 최고니까!!!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거리 니뽄!!! 이러지. 뭐든 덮어놓고 보는 습성.
나이 든 사람들이야 그렇다쳐도 그 나라 젊은이들의 양상을 보면 대충 각이 나온다.
마지막에 (극진이 아니더라도) 보통으로도 괜찮다는 아저씨의 코멘트로 vcr이 끝나는데 진짜 아저씨 눈에 수심이 한가득.
내 나라 돌아가는 꼴도 만만찮으나, 이 자리를 빌어 저 아저씨를 대신해 상식=보통의 선을 항상 뛰어넘는 일본 정부의 무능함과 어두운 미래에 조의를 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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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빌어먹을 sns

2018. 2. 15. 04:49 from 짖기

한국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카톡 안 하세요?
/
외국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페이스북 or 인스타 안 해?



이런 삶을 살고있으나. 아무래도 요즘 sns없이는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애로사항이 따르기 마련이라 명분상 아이디만 유지한 채 이것저것 설치하게 됨.
카톡은 필요할 때만 잠깐 깔아서 쓰다가 올해 학업상의 이유로 다시 가입하고 풀패키지로 피씨카톡까지 설치. 인스타는 아이디만 갖고 있다가 메세지 이용을 위해 설치. 페이스북은 여전히 안 하고있지만 주로 영미권놈들과 연락하기 위해 페이스북 메신저를 별도로 설치. 트위터는 왜국 정보를 얻기 위해 아이디만 갖고 있으나 사용빈도 적음.
정신차리고보니 이렇게 sns비만상태.
인스타로 메세지 보내다가 남의 계정 껄떡대면서 시간 다 죽이고 카톡 깔짝대다 다른 사람 프로필 사진 한 번 쭉 돌아보고 속으로 아놔 이새끼 잘 먹고 잘 사네. 이딴 소비적인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이 아주 불쾌함.
사실 최근까지도 뭐 페이스북 가입이라도 해 놓을까, 인스타 활동이라도 해야 되나 이딴 고민을 꽤 했는데(거진 다 해외 연락망 때문),그냥 부질없는 짓 같음. 정 연락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진짜 '연락처'를 물으면 될 일이고. 그런 절실함이 없는 놈들은 대부분 팔로우 해놓고 연락도 안 함. 난 우연이 인연이 되는 일 따위 믿지 ​않아!!!!!!!! 으아아아아아아 다 지워버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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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깐짜나부리부리

2018. 2. 9. 18:48 from 싸돌

빠이에 있는 동안 너무 마음고생을 한 탓에 방콕에 돌아오는 날 아주 마음이 가볍고 설레기까지 했다. 징글징글한 방콕의 미터 택시도 그 순간만큼은 알록달록 예쁜 꽃처럼 보이고 한 없이 즐거워 보이는 여행객들 대신 일에 치여 울상인 현지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일 정도였으니. 아무튼 아침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방콕에 도착했다. 그때만큼은 더럽고 시끄러운 방콕이 참 아름답기 그지 없었지만 결국 몸은 깐짜나부리행 롯뚜를 향하고 있었다. 아유타야나 깐짜나부리같은 동네의 좋은 점은 일단 1.방콕과 가깝고 2.여행객이 분산되어 있으며 3.관광지치고 제법 조용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 의미를 가진 장소들이라 그런지 마음이 좀 평온해지는 느낌도 들고. 아무튼 좋음.
다만 내가 여기서 간과한 점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노인네들이 많다는 것. 그것도 그냥 노인네가 아니라 젊은 태국 여자 끼고 다니는 백인 노인네들. 이런 유형의 커플?들은 파타야 가면 제일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난 파타야는 안 가봐서 모르겠고. 아무튼 요즘 깐짜나부리는 노땅들의 아지트와 다를 법 없어 보였다. 젊은 백패커들이 자주 찾는다길래 간 숙소도 이미 정년퇴임 한참 지난 노인들에게 점령당해 흡사 요양원의 분위기를 풍겼다.
내가 묵었던 숙소 옆 방에도 헤닝이라는 이름의 할아버지 한 분이 있었고 위와 같은 이유로 처음엔 경계심을 가졌으나 다행히 좋은 사람이었다. 뭐 젊은 여자 끼고 다니는 노인들도 좋은 사람일 가능성은 있으니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헤닝은 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많아 나를 볼 때마다 남북관계나 한일관계 등을 물었고 본인이 여행 중 겪었던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얘기들도 많이 해주었지만 문제는 헤닝이 정말 투투투투머치토커였다는 것. 한 번 걸리면 기본 세 시간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그럴 적마다 옆옆방 남자는 나에게 동정의 미소를 날리며 지나갈 정도였다(참고로 이 남자는 나중에 젊은 태국여자랑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거 보고 우웩). 사실 헤닝이 나에게 그리도 집착?하게 된 계기가 있다. 헤닝을 처음 만난 날 나에게 자신의 타투를 보여주며 이게 무슨 글자인 줄 아냐고 묻길래(가타카나였다) 밥 딜런이요.라고 하자 화들짝 놀라며 '이거 읽은 사람 처음이야!!' 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어를 읽을 줄 아냐부터 시작해 밥 딜런을 아냐, 음악을 좋아하냐 등등 엄청나게 많은 질문을 해왔고 거기에 내가 데이빗 보위나 롤링 스톤즈나 킨크스따위의 음악을 좋아했다고 밝히자 더더더더 깜짝 놀라며 '오마이갓..오마이갓...'이라고 중얼거렸다. 심지어 나에게 고맙다고까지 했다. 젊은 사람이 옛날 록음악을 좋아해주는 것이 감격스럽다고. 알고보니 헤닝은 비틀즈와 관련 된 세상 만물을 모으는 비틀즈 컬렉터이자 기타리스트이자 동시에 음악광이었다. 그 이후로 헤닝은 나에게 지대한 관심을 표하며 나를 볼 때마다 몇 시간 씩 이야기를 했다. 기본적으로 말 하는 걸 좋아하는 분 같기는 했는데..아무튼 박찬호 저리가라였음.
반대편 방엔 젊은 예맨 남자가 묵고 그 옆방엔 독일인 중년 부부가 묵고있었는데 이 세 사람도 관계가 좀 골 때렸다. 자세히 못 들었는데 아마 미얀마 여행 중에 만나 같이 태국으로 넘어 왔다고 한 것 같다. 오토바이 하나에 셋이 올라타 사이좋게 야시장 가는 모습이 아주 인상깊은 그룹이었다. 사실 그 예맨 남자는 범상치 않은 행색 탓에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나의 호기심을 도발하였지만 좀처럼 대화할 기회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다 내가 방콕 가기 이틀 전이었나 헤닝과 테라스에서 맥주 마시고 있을 때 독일 부부와 그 남자가 우연히 쪼인하게 되었고 마침내 첫 대화가 성사되었다. 셋이 미얀마에서 만났다는 정보도 그때 입수한 것이다. 동시에 그 사람 직업이 타투이스트라는 고오급 정보도 얻어 그의 행색?에 대한 미스테리도 풀 수 있었다. 나중에 그 남자가 헤닝의 밥 딜런 타투에 관심을 보인 탓에 그 공간은 다시 투머치토커 지옥에 빠지게 되었고 나는 사람들 귀에서 피가 흐르기 직전 혼자 몰래 방으로 들어가 씻고 잤다.


여담으로 깐짜나부리를 떠나기 전 날밤 헤닝은 나에게 덴마크 놀러오면 집에 초대하겠다고 말했고 그 뒤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짐을 챙기고 나왔더니 문 앞 테이블에 헤닝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놓여있었고 나는 그 쪽지를 두 번 접은 뒤 지갑 속에 넣고 방콕가는 미니밴을 탔다. 이 쪽지의 여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기고 떠난 페이스북 아이디나 인스타그램 메세지보다 더 오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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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끝났다아ㅏㅏ아ㅏ라라아

2018. 2. 9. 03:18 from 싸돌

방콕에 돌아와 3일을 머물렀고 몇 시간 뒤 나는 한국으로 추방당한다.
지금 내가 누워있는 호스텔은 치앙마이 가기 전 하루 묵고 좋아서 다시 온 건데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남. 이것에 대해선.. 이따 비행기 안에서 쓴 뒤 순서대로 올려야겠다. 지금 한국 갈 생각에 매우 심란함.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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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빠이빠이

2018. 2. 3. 15:27 from 싸돌

어서 빠이를 벗어나고 싶었다. 워킹 스트리트의 북적이는 여행객들과 좁은 도로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오토바이와 쌀쌀한 날씨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여행한 지역의 이미지는 머물렀던 숙소나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빠이가 너무 싫었다. 어차피 예약해 놓은 비행기 표 때문에 다음날 치앙마이로 돌아가야 했지만 빠이에서 보내는 일 분 일 초가 나에겐 큰 스트레스였다. 사실 어떻게 보면 난 그 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저 주변인이다. 심심한 위로 정도는 건낼 수 있을지언정 그 일로 내가 고통받고 괴로워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모르겠다. 이젠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여기저기 흔들리는 우둔한 짓은 하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나 그땐 아니었다.
혼자 저녁 먹고 맥주 한 잔 하고 들어오는데 또 이잘과 아낫을 마주쳤다. 내가 먼저 인사했으나 걔들은 다른 친구들과 떠드느라 정신이 없길래 짧은 안부만 물은 뒤 바로 헤어졌다. 돌아가는 길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산 뒤 숙소 테라스에 축 늘어지게 앉았다. 그때 낮에 테라스에서 보았던 동양인 남자가 다가왔고 나에게 휴대폰 충전기가 있냐고 물었다. 아이폰용만 있는데 줄까?했더니 자긴 삼성이라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 작동하지 않는 본인의 충전기와 씨름하던 남자가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난 한국에서 왔다 한 뒤 넌 어디서 왔느냐 되물었다. 그랬더니 아주 똑바른 발음으로 '아 저도 한국사람인데'라고 했다. ?뒷통수 무엇? 그 남자와는 전에도 마주칠 때마다 영어로 인사를 했고 로즈의 소개?로 내가 한국인인 것도 알았을텐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가 네?하고 당황하자 그 사람은 어릴 때부터 캐나다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말이 좀 서투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라다. 한국인 100명 불러다놓고 그 사람과 대화 시켜봐도 아무도 외국 산다고 생각 못 할 수준의 네이티브 코리안 스피커였다. 난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 날은 자국어로 신나게 떠들고싶은 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한 편으론 신이 났다. 그래서 그 남자가 앉아있는 의자 옆으로 가 열심히 입을 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대화를 나누는데 누군가가 다리를 절뚝이며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걘 나랑 같은 방을 쓰는 칠레 사람이었는데, 오토바이 타다 다쳐서 잘 걷지 못 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밤 늦게까지 술을 먹고 들어오는 의지의 사나이였다. 걔를 보고 난 다시 한 번 오토바이 조심하라고 인간들에게 주의를 줬다.

다음날 드디어 빠이를 떠나는 날이 밝았다. 낮에 느즈막이 일어나 짐을 싼 뒤 버스 터미널에 가서 치앙마이행 표를 예매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버스 타기 전 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테라스에 앉아 광합성을 하는데 로즈가 다가왔다. 로즈와 간단히 대화를 나눈 뒤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난 밥 먹으면 멀미할 것 같다고 거절했다. 로즈가 간 뒤 곧이어 칠레 남자가 나왔고 나에게 병원 어디있는지 아냐고 물었다. 길을 알려주고 다시 간단한 대화를 나눴는데 그 놈은 불과 몇 달 전 필리핀에서도 오토바이 사고를 겪은 전적이 있는 놈이었다. 그때 마음 속으로 여행지에서 바이크 대여따위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건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버스 시간이 다 되어서 가방을 매고 길을 나섰다. 버스 터미널 가는 짧은 길에 어떤 젊은 남자애와 계속 마주쳤는데 나중에 터미널에서 또 만났다. 그 애가 앞에 있던 미니밴을 가르키며 이거 두 시에 가는 차 맞냐길래 나도 모른다고 기사에게 물어보자고 했다. 난 그 놈과 같은 차에 타면 말동무로 삼아야겠다 생각했지만 결국 걔와 난 다른 차를 탔고 심지어 내 자리는 조수석이었다. 그래도 뒤에 앉는 것 보다 자리도 넓고 멀미 걱정도 덜 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했다.
치앙마이에 도착하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했다. 일단 올드타운에 있는 전 숙소에 가서 맛세 바지를 갖다줘야 했는데 그놈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썽태우를 타고 갈까 생각하다 그냥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뚜벅이 인생 수 십년에게 4.7키로 따윈 껌이다.
가다가 길에서 뭣도 사 먹고 우여곡절 끝에 올드타운에 도착했는데 솜땀집에 재일교포 여자가 있는 것을 발견해 얼른 숙소 앞으로 지나갔다. 숙소에 도착해 카운터에 '키 큰 독일애 여기 있냐'고 물으니 '마르셀 말 하는 거임?'했다. 아직 숙소에 머물고 있지만 지금 외출중이라길래 그럼 그 놈한테 좀 전해주라고 바지를 맡기고 사라졌다. 근처에서 맛있게 먹었던 족발 덮밥을 먹으려 했는데 문 닫아서 그냥 숙소나 가려고 지나가는 썽태우를 잡아 세웠다. 숙소가 시내와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 갈 수 있음?했더니 기사는 어디인지 모르겠다 반응했고, 그 옆에 스님이 뭐라뭐라 설명해주니 그때야 알겠다며 타라고 했다. 먼 거리에 가격 흥정도 하지 않고 일단 타라고 한 게 의심스러웠으나 그때 배가 너무 고파서 판단이 흐려진 상태라 일단 차에 탔다. 기사는 먼저 타고 있던 스님과 중국여자들, 나중에 탄 어떤 여자를 내려준 뒤 내 쪽으로 와 지도를 다시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보여 준 지도를 한참 보길래 내가 이 쯤이다, 라며 지도를 확 쭐였더니 오호호호홍홍????하고 웃는 건지 뭔지 모를 소리를 내며 놀랐다. 그러더니 너무 멀다고 150에 가자고 했다. 좀 빡쳤다. 나 혼자만 타고 있었으면 알았다고 했을텐데 세 명이나 내려주느라 몇 십분을 빙빙 돈 다음 150밧을 달라니? 그럴 바엔 툭툭을 탔을 거다. 나는 지금 빙빙 돌다 오지 않았냐 130밧에 해달라 했고 기사는 계속 150을 외쳤다. 난 그럼 140에 하라고 했고 기사는 계속 150을 외치며 다시 운전석으로 갔다. 열받아서 내릴까 하다가 일단 앉아있었다. 거기서 내리고 다른 차를 타면 돈이 더 깨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숙소 가는 길은 빡셌다. 아저씨는 길을 몰라 계속 차를 세우고 나에게 와서 지도를 보여달라 했고, 나중엔 숙소에 전화까지 걸었다. 근데 그 과정이 좀 웃겨서 아저씨랑 계속 낄낄거리며 길을 찾아댔다. 아저씨는 유턴 해야하는 길을 지나쳐 또 존나 멀리까지 가 버렸고 난 유리를 두드리며 유턴 유턴!!!!을 외치며 아주 서로 쌩난리를 쳤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하고 아저씨는 미안해하며 140밧을 달라 했지만 그냥 150밧을 드렸다. 숙소까지 오는 데 더럽게 오래걸렸지만 그 아저씨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짜증나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고 특히 그 아저씨 폰 배경화면에 있던 딸 사진을 보니 뭔가 아빠 생각나서; 암튼 아저씨랑은 나름 훈훈하게 헤어졌다.
여담으로 치앙마이에 와서도 챠우와 꾸준히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경찰서 가던 날부터 그룹 메세지로 써니와 윅터, 챠우는 박터지게 싸웠고, 그 이후엔 윅터와 써니만 싸웠다. 아니 정확히 말 하자면 써니가 윅터에게 빨리 챠우 치료비 물어주라고 엄청 압박을 했다. 둘은 나중에 타패에서 만나 대화나누기로 했댔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는 지 잘 모르겠다. 써니는 사고 당일에도 실 없는 농담이나 따먹는 이상한 놈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챠우를 도와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인간이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써니는 그 일과 더 상관없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써니가 윅터와 우리를 처음 만난 건 사고 바로 전 날이었다)막무가내로 챠우에게 화를 내는 윅터놈을 꾸준히 설득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치료비를 보내라고 종용하기 까지 했다. 써니나 빌이나 벨기에 남자 등등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준 것이 챠우에겐 적지 않은 위로가 됐다고 챠우 스스로 말했다.
아직 빠이에 머물고 있는 챠우와 메세지로 안부를 물은 뒤 다음날 나는 방콕가는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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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계속 빠이

2018. 2. 2. 22:45 from 싸돌

180127


방을 연장 못 해서 근처 다른 호스텔을 예약했다. 어제 머문 숙소는 깨끗하고 침대도 편하고 좋았으나 밤 12시 넘도록 1층에서 노래를 틀고 시끄럽게 떠드는 인간들의 목소리가 방 까지 엄청 울려퍼져서 귀마개를 꼈어야만 했다. 그것만 아니면 좀 더 연장하고 싶었으나 남은 방이 없어서 결국 도보 2분 거리의 다른 숙소로 옮겼다. 숙소는 예전에 방콕에서 머물렀던 v호스텔 비슷하게 낡고 엔틱한 느낌이 들었고 아주 멋진 테라스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방에 짐 풀자마자 테라스에 나가 나무의자에 누워 마음껏 햇볕을 쬤다.
한참 광합성을 하다 낮 세 시쯤 되어서 맛세가 부탁한 바지를 찾으러 나갔다. 걔가 말해 준 숙소로 가서 여기 독일 남자애가 놓고 간 바지 있냐고 물으니 아~!하면서 바로 갖다줬다. 치앙마이 떠날 때 농담으로 니 옷 입고 온다 했는데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컸다. 포대자루인 줄 알았다. 맛세 바지 찾고 근처 편의점 벤치에 앉아 주스 하나를 쪽쪽 빨아마셨다. 이때 뭔가 손에 이것저것 들고있어서 빠뜨린 물건 없나 계속 확인했는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행동이었다. 커밍쑨.
바지 찾고 첫 날 묵었던 숙소에 로션을 두고 와서 재빠르게 다녀왔다. 근처에서 제시(거기서 키우는 개)와 마주쳐 같이 놀고싶었지만 혹시 아는 사람이 나타날까봐 포기했다. 그 숙소 근처는 웬만하면 더 이상 가고싶지가 않다.
그 날 나의 미션을 다 마치고 워킹스트리트로 돌아와 아무 음식점에 들어가 치킨 라이스를 시켰다. 내가 방콕에서부터 먹고싶었던 치킨 라이스!!!!!그 흔해빠진 음식을 왜인지 지금까지 못 먹고 있었음. 음식을 주문하고 혼자 멍때리는데 가게 직원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태국어로 뭐라뭐라했다. 뭔 소린지 몰라서 몇 번이고 뭐??했더니 코리아?라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남자는 또 알 수 없는 태국어로 쏼라쏼라 대더니 수저와 포크를 직접 꺼내 내 앞에 세팅해줬다. 그리고 좀 이따 음식이 나와서 맛있게 쳐먹고 있는데 그 남자가 다시 와서 내 앞자리에 앉더니 내가 밥 먹는 걸 뚫어져라 쳐다봤다. 드럽게 부담스러워서 무시한 채 밥을 싹 비웠는데 그 놈이 날 보더니 갑자기 끈적이는 말투로 '유 아 쏘 러블리...'라고 지껄였다. 진짜 어이없어서 '뭔가 잘못됐다 난 여길 빠져나가야겠어'라고 생각하며 계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놈이 영수증을 적어주는데 미친 50바트의 0을 하트로 그려서 주는 헛짓거리를 해댔다. 난 그놈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빨리 계산한 뒤 자리를 뜨려고 열심히 가방을 뒤져댔다. 근데 거기서 위기가 발생했다. 지갑이 없었다. 당황해서 가방을 계속 뒤적거리는데 그 놈이 날 보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난 신경 끄란 식으로 대답하며 계속 지갑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지갑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그놈은 영수증에 내 얼굴 비슷한 걸 그려댔다. 아무래도 호스텔에 지갑을 두고온 것 같아 그놈에게 나 사실 지갑이 없다, 담보로 내 가방 두고 갈 테니 돈을 가지고 금방 오겠다, 했더니 그놈이 알겠다고 했다. 근데 뭔가 그 놈이 내 가방을 뒤져보는 거 아닌지 걱정됐고 문득 아침에 미용 면도칼을 내 힙색에 넣은 채 그대로 나온 일이 떠올라 수상해 보이는 그 물건을 얼른 꺼내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 가게에서 나와 호스텔 쪽을 향해 한 20초 정도 걸었는데 그 순간 챠우와 마주쳤다. 깜짝 놀라서 몸은 좀 어떻냐 지금 어디서 머무냐 등등을 묻고 걔가 어디가냐길래 지금 밥 먹었는데 지갑을 두고와서 호스텔 간다했더니 자기가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내가 괜찮다고 했으나 챠우가 500바트를 건냈고 이렇게 많이 필요없다고 50바트만 빌려달라, 나중에 갚겠다 했더니 그냥 가지라며 50바트를 내밀었다. 아픈애한테 돈까지 빌리고 너무 미안했다. 아무튼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식당에 돌아갔더니 그놈이 내 가방을 매고 있어 가방 내놓으라고 한 뒤 돈을 지불했다. 그 놈과는 다음날 길에서 한 번 더 마주쳤으나 내가 재빨리 눈을 피해 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일단 호스텔로 돌아가 정신없이 지갑을 찾는데 그때서야 편의점에서 주스를 사 마신 게 떠올랐다. 근데 정신이 없어서 대체 내가 어디 편의점을 갔던 건지 기억이 안 났다. 그리고 한참 고민하다 내가 맛세 바지를 찾은 뒤 벤치에서 사진을 찍어 걔한테 보낸 것이 생각났고 아이폰으로 그 사진 찍은 위치를 확인 해 얼른 달려갔다. 사실 달려가면서도 내가 지갑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여기가 한국이나 일본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일단 현금카드에서 빠져나간 돈이 없나 확인하며 뛰었다. 돈이 안 빠져나간 걸 확인한 뒤 헐레벌떡 편의점에 도착 해 벤치 밑을 두리번 거리는데 근처에서 어이어이!!하며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뒤를 쳐다보니 편의점 앞에 있는 노점상 주인들이 내 지갑을 주워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너무 깜짝 놀라서 헉!!!!!!하고 펄쩍 뛰며 그 사람들에게 연신 코쿤카 코쿤카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에 거기서 음식들을 좀 사 갔다. 아주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른 사람이 주워서 그 노점상에 갖다준 건지 그 사람들이 발견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아주 기적같은 상황이었다. 나도 살면서 지갑 많이 찾아다 줬는데 역시 인간은 착한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하루종일 참 다사다난한 일을 겪고 숙소로 돌아왔더니 ​게스트 여자와 주인 아주머니가 저녁을 먹고있었다. 아주머니가 나보고 같이 먹자길래 그 사이에 껴서 음식을 나눠먹었다. 거기서 만난 리사라는 여성과 빠이 캐년 갔다가 나중에 돌아 온 로즈라는 여성 둘이 밥 먹고 술을 마시러 나갔다. 거기서 로즈의 남사친과 합류해 넷이서 칵테일을 마셨는데 뭔가 재미가 없었다. 리사가 지루해하며 먼저 간다길래 나도 다른 친구 만나야한다며 둘이 빠져나왔다. 리사와 얘기하며 걸어가는데 길에서 이잘을 또 마주쳤다. 두꺼운 스웨터를 입은 이잘이 민소매 입은 나에게 안 춥냐 묻길래 추워! 했더니 나를 막 껴안았다. 그 와중에 이잘 옆에 있던 새로운 친구가 나보고 한국인들은 정말 아침마다 국밥을 먹냐며 이상한 질문을 했다. 난 아침밥 안 먹어서 모른다 했고 걘 엄청 신나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리사가 추워해서 얼른 이잘과 인사를 했다. 근데 그때 바로 앞에서 한국 친구와 전에 만났던 한국남자를 발견했고 또 길바닥 교통정체가 시작됐다. 급하게 이잘과 다시 인사하고 한국남자와 이따 만나기로 약속하며 거길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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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빠이생활 3

2018. 2. 2. 22:34 from 싸돌

윅터가 사고에 대한 모든 보상을 책임지겠다 한 뒤 골치아픈 상황은 조금 나아졌으나 여전히 방 분위기는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다음날 써니는 체크아웃 한 뒤 치앙마이로 이동했고 나 역시 다른 숙소를 찾아 떠나기 위해 짐을 쌌다. 하지만 이 날 아침 문제가 발생했다. 윅터가 돌연 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고 결국 챠우와 말다툼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기도 했다. 챠우는 당혹해하면서 한 편으론 두려움에 떨었다. 다른 사람들도 와서 챠우릉 위로하며 더 이상 윅터를 믿지말라고 충고했다. 챠우는 경찰서에 가는 것이 빠르겠다고 말했고 그 놈과 마주치기 두렵다며 서둘러 짐을 챙겼다. 그리고 체크아웃 시간이 맞춰 함께 숙소를 나서는데 윅터가 다시 방으로 들어와 자긴 돈을 줄 수 없다는 개소리를 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챠우와 말다툼이 이어졌고, 그때 이미 윅터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챠우에게 그 전날 나를 보고 계속 너 어디있냐며 물어댔는데 눈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제 쟨 말로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말했고 챠우도 동의했다. 스펜서도 그 말에 동의하며 같이 경찰서에 가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챠우는 두려움에 떨었고 옆방 벨기에 남자의 도움으로 치앙마이 가는 밴을 불러 빠이를 떠나겠다고 했다. 그런 챠우가 너무 걱정됐으나 챠우를 도와줄 수 있는 동네주민 빌도 있고 챠우도 빠이에 있길 원하는 것 같지 않아 일단 밴에 태운 뒤 도착하면 메세지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이 다음엔 나도 너무 혼란스러워 멍하니 있다가 일단 다른 숙소로 옮기기 전 근처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데 그때 챠우에게 메세지가 왔다. 자긴 치앙마이에 가지 않을 거고 아무에게도 말 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지금 경찰에 같이 가 줄 수 있겠냐는 메세지였다. 결국 난 밥 먹다가 배낭을 매고 다시 그 전 숙소 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같이 경찰서를 갔는데 챠우가 그 앞에서 계속 우물쭈물했다. 사실 너무 혼란스럽고 경찰에게 말 하는 게 최선인지도 모르겠다고 두려워했다. 그런 챠우를 설득해 일단 가서 얘기나 해보자고 한 뒤 경찰서에 갔다. 들어가서 사건 경위를 말하니 사고 당일 만났던 투어리스트 전담 경찰이 왔고, 중국어가 가능한 경찰과 전화 연결을 해줬다. 챠우는 경찰과 얘기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경찰은 중국대사관에 가 자세히 얘기해보자며 챠우를 태웠고, 처음엔 나도 동행하려 했으나 결국 가진 않았다. 그 순간 정말 윅터새끼가 미웠다.
아무튼 이 날 챠우는 대사관과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빠이에 다른 숙소를 구했고 나와는 간간히 메세지를 주고받으며 안위를 물었다. 이 날 마음이 너무 복잡해 혼자 화이트 붓다에 올라 가 잠시 혼자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 짧은 며칠 간 정말 해일이 몰려왔다 나간 것 처럼 아주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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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빠이생활 2

2018. 2. 2. 22:02 from 싸돌

그야말로 악몽같던 사고가 일어나고 아주 분주한 일상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먼저 병원에 가 치료를 받던 챠우를 데려와 룸메들과 밥을 먹었고 쓸데없는 말은 최대한 아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혼란 그 자체였던 사고 당일날보단 써니의 농담질에 챠우가 웃기도하고 분위기가 썩 풀려있었단 거였다. 다만 그것의 전제는 윅터였다. 사고의 원인은 전적으로 윅터의 운전 미숙에 있었고, 고장난 바이크 수리비와 같이 피해를 입은 독일 남성들의 치료비는 물론 챠우의 치료비를 모두 보상하겠다고 말 했기 때문이었다. 이 날 병원가기 전 숙소 풀장에서 써니, 윅터, 거기서 만난 한국 남자와 대충 아침을 먹었는데, 윅터는 정말 정신이 나가있었다. 같은 말을 반복했고, 산만했고, 눈빛에 촛점이 없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 가장 안쓰러운 사람은 챠우였지만, 동시에 윅터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도 걱정이 됐다. 그리고 병원에서 치료 받고 같이 점심 먹기로 한 윅터는 그 날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음식을 씹을 수 없는 챠우를 위해 죽과 부드러운 과자를 조달해주고 숙소에 돌아왔더니 뉴페이스가 있었다. 그 놈 이름은 스펜서. 호주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하고 온 애였다. 걔는 반창고가 덕지덕지붙은 챠우 얼굴을 보고 왜 그러냐고 물었고, 우린 어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그랬더니 걘 갑자기 돌변해 멍청한 미국놈들!!!!!!하고 분노했다. 자긴 미국인이 너무너무 싫고 넌 멍청한 미국놈의 죄없는 희생양이 된 것이다, 라며 열을 올리고 챠우는 그 애도 괴로울 것이라며 윅터를 두둔했다. 거기에 스펜서는 더 분노하며 화를 냈다. 그러더니 챠우에게 그럼 밥은 어떻게 먹냐고 물었고 챠우가 빨대로 죽을 빨아먹거나 음료만 마실 수 있다 했더니 푸하하ㅘㅘㅘㅏㅏㅏㅗㅘ하ㅗ!!!!!!!하고 엄청 빵 터졌다. 진짜 미친놈인 줄 알았다. 그래놓고선 웃어서 미안하다고 웃으며 사과했다. 근데 우리도 웃겨서 같이 웃었다. 슬슬 저녁이 될 즈음 스펜서를 끼고 근처 선셋 플레이스에 해 지는 것을 보러갔다. 거기서도 스펜서는 낙엽을 손으로 부수며 파괴할거야!!!!!미국놈들 처럼!!!!!이라고 외쳐댔다. 또라이짓을 너무 많이 했지만 그래도 챠우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해결해주려 하는 착한애였다.
챠우는 이틀내내 나와 친구가 계속 자기 간호한다고 붙어다닌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밖에 나가 구경 좀 하고 오라고 권유했고, 낮에 풀장에서 만났던 한국 남자와 연락해 나이트 마켓에 갔다. 그리고 거기서 어떤 이스라엘 남자와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걘 내가 빠이 오던 날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놈이었다. 얘랑은 나중에 모조에서 또 마주쳐서 같이 맥주 마시고 돈크라이바에서 한 잔 더 했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느닷없이 니가 맘에 들어서 말 걸었다며 개수작을 부리길래 미안한데 난 그 말을 너 아닌 남자들에게도 매일 듣는다며 철벽을 쳤다. 물론 구라였다. 내가 피곤해서 숙소에 돌아가겠다 했더니 그놈이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 했고 숙소 돌아가는 길에 은근슬쩍 안아도 되겠냐 지랄떨어서 꺼지라 한 뒤 얼른 바이바이했다.
그리고 그 놈과 헤어지기 전 술집 앞에서 우연히 윅터와 마주쳤는데 날 보자마자 살벌한 눈빛으로 챠우 어딨냐고 따져댔다. 숙소에서 쉬고있으니 걱정말라하고 떠나보냈지만 왠지 그 이후로 좋지않은 느낌이 들었고, 결국 나의 나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걘 그날밤 숙소에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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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한국에선 불면증으로 매일 밤잠을 설치는 주제에 여기선 침대만 누우면 바로 곯아떨어져서 늘 일기를 미뤄서 쓰고 있다. 그 날 바로 써서 임시저장해 둔 것들도 있고 다다음날 쓴 것도 있고 뭐 그런데 일단 나 보기 좋으라고 시간순으로 올릴 예정. 인데 잠깐 새치기해서 지금 심경에 대해 토로해야겠다.
복잡한 서울살이에서 가끔 도망쳐 타지에 나오는 일은 아주 좋다. 복작이고 시끄럽고 더러운 서울은 인간을(이라기보단 나를) 외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용하고 한적하고 새로운 지역에 와서 유유자적 여행을하다가도 문득 머릿속에 이 말이 떠오른다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
참고로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귀농에 대한 환상을 쳐부숴버리는 책에 나오는 구절인데 나에겐 귀농 부분이 여행으로 대체된다. 내 현실이 답답하고 외로워서 타지로 도망치듯 나와도 결국 외로움은 날 따라오기 마련이다. 열쇠고리처럼 달고 다니는걸 수도있고 내장처럼 품고다니는걸 수도 있고 뭐 하여튼 그러함. 사람을 많이 만나는 거랑은 또 별개의 문제같다. 아주 신나고 재미있다가 뜬금포로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하고 어쩔 땐 혼자 있는 게 좋다가도 싫고 사람이 좋다가도 지겹고. 아니 근데 쓰다보니 이건 그냥 내 성격이 조울증+지 멋대로일 뿐이잖아?
아무튼 빠이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갈등을 겪은 탓인지 그런 시간이 유독 자주 찾아왔고 그럴 때 마다 나름의 솔루션을 개척해나가고 있음. 그래봤자 맥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 회포나 한 바가지 풀고 그러는 수준이지만.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한국에서 똑같이 하는 짓거리인데.
어젯밤 테라스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는데 낮은 지붕과 우거진 나무가 어우러진 조용한 동네가 키사라즈에 있던 때를 떠오르게 했다. 그때도 8일 짧은 여행기간동안 참 기분이 이랬다 저랬다 난리였더랬다. 갑자기 일본 풍경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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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

악몽의 빠이생활

2018. 1. 28. 20:47 from 싸돌

180124

빠이에 온 지 이틀 째 되던 날 룸메이트 인간들과 같이 아침을 먹고 호스텔로 돌아와 게으름을 피웠다. 낮에 써니와 윅터가 계속 바이크 타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으나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아 거절했고 챠우도 싫다고 했다. 놈들은 우릴 계속해서 꼬셔댔고 우린 계속 거절했다.
점심 무렵 윅터와 방 앞에서 떠드는데 걔가 또 바이크 타기를 권유했다. 난 다시 거절했으나 걘 끈질기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고 나중엔 그냥 자기 뒤에 태워줄테니 동네 한 바퀴 돌고오자고 했다. 우린 고민하다가 알겠다고 하였고 윅터가 나 먼저 타라고 하길래 난 장난식으로 챠우 먼저 타고 안전하면 그 뒤에 타겠다고 말했다. 결국 챠우가 자기 먼저 다녀오겠다고 하였고 둘은 헬맷을 쓴 뒤 바이크 위에 탔다. 그렇게 숙소 앞에서 조심히 타라고 말한 뒤 손을 흔들고 난 숙소 정원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걔들이 떠나고 10초도 안 된 시점에 저 멀리서 엄청난 충돌음이 일어났다. 난 깜짝놀라 그 쪽을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없길래 안심했다. 그런데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불안해져 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현장에 도착했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바이크 세 대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챠우가 얼굴에 피를 흘린 채 윅터 품에 안겨있었다. 그 순간 정말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도 급하게 현장에 뛰어왔고 일단 챠우를 감싸안으며 정신을 차릴 수 있게 계속 이름을 물어봤다. 챠우는 아주 힘겹게 자기 이름을 반복했다. 지나가던 주변 사람들은 우리에게 물을 갖다주고 근처에 있던 현지인 아줌마가 지금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고 곧 도착할 거라며 소리쳤다. 윅터는 그 아줌마를 향해 알았으니 그만하라고 소리 질렀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난 여지껏 여행하면서 이런 일을 겪은 적도 없고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란 상상도 해 본적이 없어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 와중에 온 몸에 피가 묻은 챠우를 보니 눈물이 나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챠우가 정신을 되찾았고, 다른 친구들과 그 애를 바닥에 앉혀 물을 주고 진정시켰다. 그런데 그때 챠우가 자기 지금 느낌이 이상하다 말하더니 곧이어 '내 이 어디있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사고가 잠시 정지했다. 입에 피를 흘리던 챠우가 계속 거울을 보고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계속 자기 이가 사라졌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 순간 구급차와 경찰이 도착했고, 경찰은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친구와 난 챠우에게 빨리 병원에 가자고 말했으나 챠우가 계속 구급차 타는 것을 거부했다. 그렇게 몇 번을 설득하고 윅터와 챠우를 구급차에 태운 뒤 나와 룸메이트가 함께 동승했다. 윅터는 구급차 안에서 정신이 나간 채 헛소리를 반복했고 난 조용히 챠우 다리에 손을 얹은 채 아무말도 없이 달리는 구급차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바로 어제 챠우와 걸어가며 감탄하던 풍경들이 그 순간은 너무 다르게 보였다. 병원까지 달리는 10분이 한 시간 같았다.
병원에 도착해 챠우는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같이 사고 난 독일인 두 명도 곧 병원에 도착했다. 윅터와 그 사람들은 가벼운 찰과상만 입어 스스로 걸어다녔다. 뭘 어떻게 하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대기실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는데 그때 써니가 병원에 도착했다. 심각해하는 나에게 써니는 시덥잖은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정말 실소조차 안나왔다. 대기실에 앉은 채 얘를 여기 왜 데려왔을까, 왜 바이크 탄다고 할 때 한 번 더 말리지 않았을까 후회했지만 그런 거 하나하나 생각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것이고 아주 부질없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한 네 시간 넘게 보냈던 것 같다.
챠우는 다행히 곧 스스로 걷고 말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고로 이가 세 개나 부러졌다. 얼굴과 손도 많이 다쳐 붕대를 감았다. 정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고 심란한 마음에 밤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 물론 가장 괴로운 사람은 사고 당사자겠지만, 그 날 나도 밤 늦게까지 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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