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2 180710

2018. 7. 17. 13:38 from 싸돌

첫날은 좀 조용히 보내고싶어 인원이 적은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빨리 그곳을 떠나고 싶었다.
밥이나 먹을까하고 나갔는데 국제거리에는 도통 먹을 게 없어서 근처 괜찮은 식당을 검색했다. 누가 크리스탈(くりすたる)이라는 식당이 괜찮다길래 찾아갔으나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그래서 일단 류보 백화점에 가서 영화관 구경하고 한국에서부터 먹고 싶던 쿠키도 사고 잘 싸돌아다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크리스탈에 갔다. 아저씨 혼자 운영하시는 밥 집인데 되게 괜찮았고 치즈함박을 시켰는데 그것도 맛있었다. 근데 양이 너무 너무 많고 짜서 먹을 수록 속이 더부룩했다. 더운 지역이라 그런지 여기 음식은 대부분 더럽게 짜다. 맛있었지만 물 없이는 도통 안 넘어가서 먹다 많이 남겼다.

밥 먹고 숙소 들어가서 쉬고 있는데 방에 새 여자애가 들어왔다.
홍유라는 중국 여자애였고 일본 교환학생으로 와서 지금 홋카이도에 사는 애였다.
안 그래도 심심했던 차에 등장한 홍유가 너무 반가워서 걔에게 엄청 말을 걸어댔고, 다음날 같이 점심을 먹고 나고로 넘어가기로 했다.
근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홍유와 난 너무도 여행 스타일이 달랐다. 그 애는 나에게 나고로 가면 같이 호텔을 잡아서 돈을 뿜빠이하자고 했다. 난 그 전날 이미 숙소를 예약한 상태였고 호텔에 가고싶단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서 호스텔을 취소할 수 없다고 말 했다. 걘 그럼 좀 더 생각해보겠다 하고 일단 잠을 잤다.
이때도 불면증이 도져 난 거의 밤을 샜고, 다음날 체크아웃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며 홍유와 국제거리로 나왔다. 점심 뭐 먹을까 고민하다 무슨 맛 없는 체인점같이 생긴 가게에 들어갔다. 거기서 난 작은 소바를 시켰는데 맛 없었다.
내가 웬만하면 맛없다 맛있다 이런 소리 안 하는데 정말 소금물에 담근 것처럼 짰다. 그 전날 컵라면도 더럽게 짰는데... 결국 물만 엄청 마시고 걔가 블루실에 가자해서 아이스크림 사먹었다.
밥 먹으면서 걘 나에게 나고가는 버스 타기 전에 주변에 쇼핑몰?을 좀 구경하자 했고 난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모노레일을 탔는데 걘 아무데서도 내리지 않았고 결국 종착역인 슈리성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슈리성에 갔다????
정말 황당했다 나는 그날 빨리 나고로 넘어가 호스텔에 짐 풀고 신나게 뒹굴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갑자기 슈리성에 가다니? 일단 따라가긴 했는데 와 슈리성은 역에서도 더럽게 멀었다. 나는 드럽게 무거운 배낭을 들고 있었고 걘 짐이 거의 없는 작은 가방만 들고있었는데 겁나 짜증났다.
아니 내 꼬라지를 보고도 어떻게 슈리성에 갈 생각을....? 걔가 성에 들어가는 티켓을 사려 하길래 난 입구 앞에서 뻐팅기며 이 가방 들고는 못 간다 말했다. 하지만 정말 불행하게도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내 옆에 짐 보관소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식팔.
결국 슈리성에 가게되었지만 난 내 계획이(랄 것도 없지만) 모두 틀어졌다는 것에 대한 열받음, 더럽게 무거운 가방, 무대뽀스러운 걔의 행동 모든 것이 맘에 안 들었다.
근데 걘 눈치없이 자꾸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 했고 졸라 긴 공연을 보고..... 결국 난 미안한데 난 나고로 지금 먼저 가고싶다, 더 구경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 라고 말했다.
며칠전 그날 일을 되돌아보며 내가 너무 무책임했던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나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배낭 맨 체 슈리성에 가는 것은 역시 졸라 짜증나는 일이란 걸 깨달았다. 심지어 걘 거기 갔다가 다른 데도 구경 갈 생각이었다고 했다. 미친
걔는 그럼 공연을 다 본 뒤 같이 버스를 타자고 했고 난 걔가 뙤악볕에서 걔가 공연 다 보기를 기다렸다.
같니 모노레일을 탄 뒤 나는 버스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타자고 말했지만 걘 다른 역에서 내리면 더 싸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땐 1초라도 빨리 호스텔에서 쉬고싶은 마음에 그냥 내가 알고있는 길로 가자했고, 걘 그래도 여기서 타면 더 빠르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못 이기는 척 그 역에서 내려 버스시간표를 보는데 나고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 그때부터 구글로 버스를 겁나게 알아봤지만 역시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근처에 있던 택시아저씨에게 나고 가는 버스에 대해 물어봤고, 여기선 못 가고 버스 터미널에 가야한다는 시부럴같은 대답을 받았다.
정말 짜증났다. 얜 뭔데 나의 계획을 이렇게 개 망쳐놓는 건지. 어디서 온 스파이인 건지... 표정관리가 너무 안 됐고 걔도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결국 버스 터미널로 다시 가 한참 뒤에야 나고 가는 버스를 탔고 버스에서 걔랑 같이 앉지도 않았다. 홍유에겐 미안하지만 정말 그 순간만큼은 혼자 있고 싶었다.
하지만 나중엔 결국 걔가 내 옆자리로 와 같이 앉게되었고 난 필사적으로 자는 척을 했다.
그러다 걔도 미안했는지 자기가 끼고있던 이어폰 한 쪽을 줬고 결국 같이 노래 들으며 잘 갔다.
숙소에 한 저녁 7시? 6시 반?쯤 도착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서도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는데 난 6인실을 신청했고 6인실은 풀 부킹이라 8인실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홍유는 나와 다른 방을 써야 했지만 그날 따라 6인실을 소독 하느라 사용하지 못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불 그래서 결국 홍유와 다시 붙어있게 되었다.
걔가 싫은 건 아니지만.. 같이 다니는 단 하루동안 너무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해서 힘든 게 사실이었다.
내가 배정받은 침대와 홍유의 침대가 좀 떨어져있었지만 홍유는 스태프에게 나와 가까운 침대를 쓰고싶다고 했고 결국 내 옆으로 자리를 바꿨다. 홍유는 사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 전 숙소보다 훨씬 좋다고 안심했다.
홍유와 잠깐 침대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는데 밑에 층의 웬 백인놈이 아는체를 했다. 그 남자는 알고보니 우리가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갈 때 계속 뒤 돌아보며 참견하던 놈이었다.
사실 게스트하우스 올 때 그 놈이 자꾸 쳐다보길래 홍유랑 야 저 사람 이상하지 않냐 피하자 했었는데. 암튼 그 남자는 앨런이라는 미국인이었고 그 게스트하우스에서 3개월 인가를 머문다고 했다. 우리가 길을 잠깐 헤맬 때 너네 XX게스트하우스 찾는 거야?? 위로 올라가면 돼!!!하며 무슨 태초마을 길 안내해주는 NPC처럼 굴더니 장기체류자들은 꼭 저러는 듯.
걘 우리보고 너네 너무 이쁘다 나 한국이랑 일본에 친구 되게 많은데 중국도 가고싶다 하며 자기를 어필했지만 별로 관심 없었다.
그러고선 자기가 근처에 있는 춤 학원에서 차차차 따위를 배우는데 우리보고 같이 가자했고 우린 하하 생각해 볼게(안 가)라고 대답한 채 그냥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근처 이자카야에서 토리소바를 먹었는데 맛있었다. 소금물에 쩐 음식만 먹다가 간이 적당한 음식을 먹으니 굉장히 행복했다. 물론 그것도 평소 내 입맛엔 좀 짰지만.
게스트하우스 스탭인 조그만 일본 남자애는 생긴 것과 다르게 너무 조용하고 수줍었는데 작년에 갔던 요코하마 호스텔 직원이 떠올랐다.
평소 토모같이 개 나대고 온갖 게스트에게 꼬리치는 직원만 보다가 걜 보니 아주 새로웠다





짜요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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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