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쯤 집 와서 바로 뻗고 12시에 일어남.
진심 몸이 부서질 것 같다. 매년 공연 다니면서 진짜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아직 20대인데 존나 망함. 그래도 이 짓은 최대한 어릴 때 많이 해둬야쓰겄음
왜 인생은 젊을 때 체력과 시간을 주는 대신 경제력을 주지 않으시고 나이 들면 돈을 주는 대신 체력과 시간을 송두리 째 빼앗아가는건지 빌어먹을 매커니즘
암튼 공연 얘기를 해보자면, 올해 지산은 트래비스 때문에 간거지만 사실 당일까지도 내가 아무리 진성 트래비스 빠순이었다 해도 레닷을 포기해야만 했던 상황에 대한 후회와 슬픔이 나를 너무 괴롭혔었는데 다행히 이 후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트래비스를 좋아하지만 그야말로 정말 '덕스럽게' 좋아하던 때와는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되게 담담히 공연을 즐길 수 있을거라 예상했는데 존나 경기도 오산이었음
한 번 빠는 영원한 빠라고 멤버들 무대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주책돋게 안구가 바로 축축해지더니 이내 흐를 지경이 됨
참 늙지 않는 그대들..대체 어떤 자식이 프란을 할아버지라고 했어? 내가 보기엔 옛날이랑 똑같더만. 굳이 말하자면 수염이 늙은거지 프란이 늙은 건 아님 그러니까 다들 수염을 탓 하세요
어제 나는 내가 생각한 것 그 이상으로 훨씬 더 더기를 좋아하고 있었음ㅇㅇ 내가 더기 광빠였다니...
더기는 어제 everything at once 뮤비에서의 차림 그대로 타탄무늬 마후라를 두르고 왔는데 오늘 구글링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함.
그건 바로 작년 말부터 올해 7월까지 찍힌 사진의 8할이 그 마후라를 두른 모습이라는 것을.
12월에도
7월에도
싸인해줄 때도
스네이크쨩과 함께 할 때도
첨엔 '헐 뭐야 저 계절감 상실템은' 정도였는데 나중엔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나오는 마후라 사진에 대체 저 물건에 내가 모르는 어떤 사연이라도 있는건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함.
그래서 양웹을 이 잡듯 뒤져봤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그나마 건진 건 더기가 자기는 바지랑 티셔츠는 많지만 스카프랑 재킷은 하나씩 밖에 없고, 프란이 그걸 싫어한다는 최근 인터뷰(...) 그래도 재킷은 몇 개 더 있어보이는데 스카프는 진짜 한 개인듯;
2006년도 더기 일기 중 스트라이프 무늬 스카프 샀다는 글이 있는데 아마 이거↓아닐까 궁예질ㅋㅋ
그리고 저 타탄 스카프의 출처로 추정되는 숍을 찾았는데, 비교해보니까 디테일이 좀 달라서 FAIL.
출처에 대해 찾으려면 더 찾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귀찮아서 관뒀다.
결국 저 타탄무늬 스카프는 그냥 본인이 좋아서 하고다니는건데 괜히 '아닛 우로빠가 타탄무늬 스카프를..?! 대체 저기엔 무슨 사연이 있지???? 당장 알아내야해!!'하는 빠순이의 과대망상이었던 걸로 스스로 결론지음.
아니 더기는 그냥 고향을 너무 사랑하는 걸지도...
그래도 아직 '더기'하면 생각나는 스타일은 바로 더블코트.
정말 내가 봤던 그 어떤사람보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ㅋㅋㅋ 물론 지금봐도 잘 어울림.
패완얼 패완얼하지만 솔직히 얼굴이 별로여도 전체적인 실루엣이 균형잡히고 맵시있어서 옷빨로 포텐터지는 사람이 있는데 더기가 딱 그런 옷걸이라고 생각함. 물론 더기는 얼굴도 잘생겼지만ㅇㅇ
고맙다 창조주야 나는 비록 발로 만들었지만 더기는 극세 조각칼로 만들어줘서.
그나저나 사진 찾으려고 오랜만에 케케묵은 하드를 털었는데, 위에서 딱히 더기를 더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는 말 취소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난 그냥 옛날부터 더기를 겁나 좋아하던 거였음.
이건 내가 블러 멤버들을 다 좋아하지만 그 중 알렉스에게 유난히 좀 애정을 보였던 것과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임ㅋㅋㅋ
이건 뭐 잠재적 베이시스트 킬러도 아니고.
무튼 다시 공연 얘기로 돌아가자면 이번 트래비스와 나의 재회(ㅋㅋ)는 너무도 감격스러웠다.
사실 브릿팝으로 분류할 수 있는 90년대 브리티시 밴드들 대부분이 내가 정말 '각 잡고' 좋아했던,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긴 한데 다른 밴드를 진짜 환장하고 '와!!!!!!!!존나좋군파바박' 하고 좋아했다면 트래비스는 정말 보물상자 대하듯ㅋㅋㅋ 너무 소중해서 숨겨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보고 뿌듯해하는 그런 형태의 팬질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감회가 남다르다. 나에겐 그야말로 치유계 밴드였음.
그래서 유난히 더 울컥하고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행복했다. 나의 알흠다운 추억상자들.
프란의 I'll never leave you가 괜히 더 마음에 와 닿던 7월 24일의 밤이었다.
그러니까 부디 아프지말고 천년만년 오래오래 해먹어요 아저씨들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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