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온 지 벌써 2주가 다 되어간다.
비는 거의 매일 오고 날씨는 예상보다 훨씬 춥지만 하루 하루가 바쁘고 만족스럽게 흘러간다.
다만 어젯밤부터 겪은 어떠한 심경변화 때문에 오늘 아침엔 외출을 하지 않았고 덕분에 11일만에 처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모처럼 얻은 기회?이니 만큼 얼마전 옆 방 친구가 알려준 인도카페를 지금 가보자 생각해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만 매고 얼른 밖에 나왔다.
펑요가 주고 간 오차즈케를 아침으로 먹었다. Come on 이시국
축축한 산방산
대망의 카페 입성.
그냥 좋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아주 환상적이고 고져스하고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던 너무 멋진 장소였다.
상수에 내가 자주가는 모 술집이 합법 마약 거래소같은 분위기라면 여긴 정말 오지를 여행하다 발견한 쉼터같은 느낌.
짜이를 주문한 뒤 음료가 준비되면 사장언니가 짜이짜이짜이~하며 직접 알려준다.
언니는 나의 다 벗겨진 매니큐어를 손톱에 그림을 그린 거냐며 아주 독특하다고 말해주고(맥인 건 아니겠지) 직접 딴 블루베리도 손님들에게 나눠줬다. 너무 예쁘고 친절하다.
그리고 이 곳의 또 하나 훌륭한 점은 바로 짜이가 무한리필이라는 것이다.
수 년전 5시 이전에 방문하면 사와가 무한리필이던 술집에서 세상의 끝을 꿈꿨던 나지만 여기선 차마 그런 짓을 할 수 없어 두 잔만 마셨다.
캐나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던 것과 달리 여기선 단 하루도 혼자 지내질 못 했는데 간만에 이런 시간을 가지니 아주 좋다. 역시 인생은 밀땅.
계속 여기 살게 된다면 매일 오고 싶지만 나도 내가 언제 서울에 올라갈지 잘 모르겠다. 집을 가긴 할까?
그래도 곰언니 말대로 인생이 죽으란 법은 없다고 어찌저찌 잘 살아가겠지.
일단은 좋으면 좋은 대로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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