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자니 적적해서 군산과 전주에 다녀옴.
국내여행은 참 안 가는 것 같다가도 알게모르게 알음알음 가고 있다.
올해 초 친구 결혼식 가는 김에 여수 구경을 반나절 한 것 이후로는 4개월만의 전라도 방문.
이전부터 가보고자 했던 군산을 일단 들르고, 가까운 익산에 갈까 했으나 익산 출신 친구의 만류로 결국 전주행을 선택함.
그리고 내가 이번 여행에서 얻은 군산, 전주에 대한 인상이 몇 개 있는데 바로
1. 종나 더움. 서울보다 더움
2. 교통질서가 개판임
3. 생각보다 훨씬 조용함
특히 2번이 아주 인상깊었다.
군산에서 정지선 무시하는 차들이 너무 많아서 미쳤나?싶었는데 전주가니 정지선 넘는 건 애교수준이었음. 횡단보도 건너는 보행자 사이로 자동차가 준나 질주함. 파란불? 그게 뭐죠?
교통질서의 막장성만 두고 보면 붓싼과도 비벼볼 수 있을 법한 수준이더라.
조용한 도시 분위기와 다르게 운전자들은 가슴 속에 불덩이 하나씩 안고 사나봄. 본넷 한 번 발로 까버리려다 참았다(허세)
군산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일본 스타일 목조건물인데 생긴지 얼마 안 되서 아주 깨끗하고 채광이 훌륭했다.
특히 나는 여자 도미토리에 묵었는데(여자 돔밖에 없는 듯) 침대 배치가 정말 좋았다.
가끔보면 닭장마냥 싸구려 침대를 쌓아놓은 무식한 돔이 많은데 여긴 2층 침대를 직접 제작하신듯 함.
계단이 삐걱거리지도 않고 튼튼하고 무엇보다 다른 침대 간의 거리감이 적당함! 뭔 소리냐면 각 침대 배치가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
예전에 방콕에서 옆 침대와 내 침대가 딱 붙어서 고개만 돌리면 옆사람 뭐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호스텔에 묵은 적 있는데 졸라 부담스러웠음. 커텐이라도 쳐주던가.
아무튼 여긴 그런 부담스러움이 전혀 없어서 좋았음.
사실 처음엔 꼭 일본식으로 게스트하우스를 그 공간에 지을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어떤 블로그보니 신축이 아니라 원래 남아있던 일본식 건물을 개조한 거란 글도 있고?
사장님한테 직접 물어보질 않아 모르겠으나 신축이라면 왜 굳이? 싶기는 함.
흡연충을 위한 공간
이성당이란 유명한 빵집에 가봄.
단팥빵과 밀크쉐이크가 유명하대서 간식으로 하나씩 사 봤는데 맛있었다. 특히 밀크쉐이크는 정말 맛있었음.
우유향이 진득한 스타일은 아니고 소다향이 첨가된 시원한 맛인데 산뜻한 거 좋아하는 내 입맛엔 딱 맞았음. 가격도 2300원 정도?
이 날 먹고 맛있어서 다음날 전주가기 전에도 하나 더 사먹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통합권 끊으면 근대역사박물관에서부터 해양박물관까지 총 네 개(다섯 개인가)의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음.
생긴지 얼마 안 되서 깔끔하고 괜찮은데 전시관 이동하면서 보는 게 짜증남.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들이긴 한데 그냥 내가 더워서 짜증났음.
세 번째 사진의 우수에 젖은 남자아이가 인상적이어서 찍어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 나오게 생김
시발 깜작아
군산 해양박물관.
제주 아라리오 & 요코하마 히카마와루에서 느꼈던 공포를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음
유명한 초원사진관.
영화 속에 나온 주차단속 차량과 정원이 타고 다니던 스쿠터가 세워져있고 다림이 문 사이에 껴 둔 편지도 재현해뒀다.
저 앞에 있던 아침햇살시간여행 이라는 카페에 관한 포스팅을 분명 본 기억이 있는데.. 다시 찾자니 못 찾겠다. 기억조작인가.
동국사. 떼껄룩이 많다.
신나게 돌아다니다 근처에 맛있는 돈카츠집이 있다길래 가봤는데 재료 소진으로 스테이크동만 된대서 그거 먹음.
맛있긴 했는데 졸라 비쌌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올려 둔 사진 보니 가격도 찔끔찔끔 오르고 메뉴도 훨씬 적어짐.
굳이 군산에서 그 돈주고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여행운이 좋은 편이라 어디가면 비가 와도 금새 그치고 아무데나 들어가도 곧잘 맛집이고 하는데, 이번엔 정말 운이 드럽게 안 따라줬다.
가장 치명적인 건 내가 월요일에 갔는데 군산의 웬만한 가게들은 모두 월요일 휴무였다는 것.
더워 돌아버리겠는데 가는 곳마다 클로즈 클로즈 클로즈 !!!!!!
다음에 또 간다면 월요일은 반드시 피해야겠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카페겸 술집도 월요일 휴무라길래 거실에서 혼자 맥주마셨는데 알고보니 저녁 장사는 하신다고.
아쉬웠지만 거실에서 다른 게스트들에게 오지랖부리며 떠들고 과자도 먹고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괜찮았다.
군산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2박을 할 걸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역시 여행은 최소 이틀은 머물러봐야 하는 것 같음.
근데 보아하니 군산도 요즘 관광사업을 시작하면서 카페도 늘어나고 점점 핫플레이스가 될랑말랑하는 추세인듯함.
인스타충들 많아지기 전에 얼른 갔다오는 게 좋은 선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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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저날 찍은 사진들을 홍유에게 몇 장 보내줬더니 되게 일본 건물같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여긴 일제시대때 잔재가 많이 남아있거든. 했더니 급진지하게 '가끔 내 일본 친구들과 역사이야기를 할 때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라고 대답했다.
나는 우리 모두 사실을 말 할 권리를 갖고있다 했지만 홍유는 일본에 사는 한 역사문제는 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망치고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걔의 말에 공감할 수는 없지만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메세지로 그런 이야기를 잠깐 나눴다.
오키나와에 있을 때도 홍유와 정치이야기를 잠깐 한 적이 있는데, 같은 동아시아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확실히 예민하지만서도 흥미롭고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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