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2018. 8. 2. 23:50 from 싸돌


전주 가기 전 게스트하우스에서 먹은 조식



다음날 숙소 체크아웃하고 전주로 떠났다.
가서 괜찮으면 이틀 있고 별로면 하루만 있자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틀 있었다.
정확히는 전주가 마음에 들어서 이틀있던 건 아니고 그냥 다음날 늦잠자고 싶어서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한 것.
하지만 전주 간 첫 날보다 다음날을 더 재미있게 보내서 이틀 지낸 게 결국 좋은 선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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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아와 간지GIRL.
지방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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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오기 전 찾아 본 게스트하우스와 한옥집 둘 중 고민하다가 그냥 게스트하우스를 골랐는데 굉장히 좋았다.
일단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실이 멋졌고 에어컨도 맘껏 틀 수 있고 화장실도 깨끗했다.
4인 도미토리도 이틀 내내 나 혼자 써서 아주 안락하고 좋았음.


첫날 숙소 도착하니 아무도 없어서 부킹닷컴에 나와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는데 계속 통화중이었고 결국 혼자 부엌에서 누군가 오길 기다렸다.
한 20분 쯤 선풍기 틀어놓고 열심히 땀 식히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시며 나에게 사장님 어디있냐 물었다.
내가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었다하자 아저씨는 누군가에 잠간 전화를 걸었고, 나는 그 분과 날씨가 미쳤다며 얘기를 나눴다.
아저씨와 떠들고있는데 몇 분후 다른 아저씨가 손에 복숭아를 들고 들어오셨다.
나는 두 분이 친구인가? 생각하고 나중에 들어온 아저씨가 깎아 주신 복숭아를 먹고있는데, 처음에 오신 분이 서울에서 오셨대~하며 나중에 온 아저씨에게 나를 소개(?)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으잉? 게스트야? 하길래 네 근데 사장님은 안 오시나봐요 계속 기다리고있는데? 했더니 그 분이 '내가 사장인데?' 하셨다.
나는 엄청 놀람+웃으면서 그냥 동네 주민인 줄 알았다 왜 아무말도 안 하셨냐 했더니 손님인 줄 몰랐다며 이제보니 여행 온 사람같기는 하네..했다.
손님-주인인데 서로 손님이고 사장인 줄 모른채 떠들었단 사실이 너무 어이없는데 웃겼다.
사장님은 그제서야 나를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이틀 지내면서 느낀 건데 그곳 사장님도 보통 분은 아니신 것 같다. 북 치며 노래도 부르시고 왠지모를 포스가 느껴졌다.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인터넷에서 유명하단 곳은 가격이 너무 비합리적이고 사람이 많아 거르고 전주 사람이 맛있다고 추천한 비빔밥집을 방문함.
근데 저기도 가격 올랐더라... 8천원이라 해서 갔는데 만원받음.
하지만 맛있어서 만원 내도 안 아까웠음


저녁에 일찍 숙소로 돌아가 샤워하고 맥주마시다 부엌에 있는 미국인 남자애에게 말을 걸었다. 걘 숙소에서 오며 가며 자꾸 마주치던 애였지만 매우 수줍은 성격인지 꾸준히 내 눈을 피해서 말을 붙여보진 못 했었다.
그러다 부엌에서 사장님과 걔가 잠깐 얘기 나누는 틈을 타 나도 말을 걸었고 결국 대화를 성립할 수 있었다.
근데 걘 의외의 한국어 능력자였다. 아주 유창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한국말 어떻게 할 줄 아냐 물었더니 서강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재학하고 있댔다.
사실 요 근래 문득 한국말 잘 하는 외국인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는데, 그 이유는 내가 외국어를 배워서 대화하는 게 갑자기 억울해졌기 때문이다.
근데 그때 마침 그 놈을 만나 너무 놀랍고 반가웠다. 여태껏 살면서 만난 외국인 중 한국어를 두 번째로 잘 하는 놈이었다.
걔 이름은 데이빗. 한국 이름은 태수ㅋㅋㅋ 미국인이었는데 깨알같이 지가 예일대 다닌다는 어필을 해서 와.대.단.하.다.하며 놀라워해줬다.
나에게 맛있는 콩나물국밥집과 그외 유용한 관광정보들을 많이 알려준 수줍고 식욕왕성하고 귀여운 청년이었다.
걔랑은 아주 많은 대화를 했는데... 쓰기 귀찮아서 마음 속에 묻어두기로 하겠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집에 갈까 말까 하루 더 있을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늦잠자고 싶어서 결국 하루 더 연장하고 낮 12시까지 퍼질러자다 느즈막히 일어나 본격적으로 주변을 구경했다.


숙소 근처에 괜찮은 중식집이 있대서 갔더니 수요일 휴무ㅅㅂ
그래서 길 가다 보이는 아무 중국집이나 들어갔다.
볶음밥 먹을까하다 그래도 서울에 안 파는 음식 한 번 먹어보고싶어서 물짜장 시켜봤는데 정말 맛있게 먹음.
원래 물짜장은 울면처럼 희게 만들지만 요즘엔 사람들 기호에 맞춰 빨갛게도 만들어 판다고.
난 원체 매운 걸 못 먹어서 눈물 콧물빼며 먹었지만 일반인 기준에선 전혀 맵지 않을 것 같다. 입도 짧은데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었다. 서울와서도 문득 저 맛이 생각남.




평일인데다 날도 더워서 그런지 한옥마을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걸어다니긴 편했는데 문제는 너무 더워서 좀 걷다 쉬다 좀 걷다 쉬다 무한 반복해야함.
여행지마다 왜 성수기란 게 존재하는지 이때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더운 거 좋아한다지만 한국 더위는 이제 취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할 수준에 다다름.
좀 걷다가 일사병 걸릴 것 같아 근처에 괜찮은 찻집을 검색하고 거기까지 무작정 걸어갔다. 상업화된 한옥마을 안에서 사장님이 전통을 고수하시는 아주 괜찮은 찻집이라길래 무지 기대하고 갔는데!!!!갔는데??? 딱 봐도 졸라 공사중이었음. 정말 그 사실이 믿고싶지 않아서 막무가내로 안에 들어가볼까 했으나 정말 누가봐도 공사중이었음.
결국 채념한 채 다른 찻집을 겁나게 검색해서 그나마 괜찮아보이는 집을 찾아 또 무작정 걸어갔다.
다행히 그 집은 영업중이었고 다행히 손님도 별로 없고 가게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팥빙수를 주문했는데 그것도 아주 맛있었다.





너무 더워서 숙소 돌아와 씻고 맥주마시고 잤다.
둘째 날은 게스트가 나랑 어떤 남자 한 명뿐이었는데 그 남자는 어찌나 일찍 자는지 얼굴도 한 번 못 봤다.
도미토리를 혼자 편하게 쓴 건 좋았지만 사람이 없으니 좀 심심했다.
역시 이 더운날 전주에 가는 건 미친짓인가보다.
한옥마을에서 한복입고 사진 찍던 소녀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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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