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엄청 늦게 일어났다. 낮 두 시 정도? 부엌에서 엄청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진즉 눈은 떴으나 모든 게 귀찮고 숙소를 옮길까 말까 고민하던 참이라 침대에 한참을 누워있었다.
겨우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씻으려는데 울산 시스터즈(울산에서 온 대학생 두 명)가 샤워실 앞에 있었고 난 그 친구들에게 벌레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라 숙소를 옮길까 생각중이다 했더니 그 친구들도 2인실에 개미와 거미가 너무 많아서 하루만 자고 도망갈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울산 시스터즈보다 하룻밤을 더 지내는 나는 일단 고민해봐야겠다며 인사하고 난 또 소파에 누웠다.
그때 사키짱이 거실로 왔고 나에게 점심을 먹었냐 물어서 방금 일어났는데? 했더니 엄청 놀랐다. 그러고는 근처에서 음악의 날이라는 티비 방송을 촬영하는데 같이 구경가자고 했다. 전날 카페에 갈 때 촬영 준비중이라고 길을 통제했는데 그게 그거였나 보다.
난 그날 온다는 가수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귀찮아서 안 간다했지만 이후 나라짱이 같이 가자고 졸라 결국 또 이치로상 차를 타고 그곳에 구경을 갔다.
갔더니 구경 온 사람들과 방송 스탭들로 북적였고 HY라는 밴드가 리허설 중이었다. 난 모르는 밴드인데 일본에서 꽤 유명하다고 한다.
리허설을 한 한 시간 한 뒤 생방으로 라이브 무대를 하고 밴드 멤버들이 올라와 팬들에게 악수를 해줬는데 나도 같이 서 있다가 얼떨결에 악수 하게됐다. 밴드 멤버와 악수하고 신난 나라짱에게 난 누군지도 모르는데 악수하고 잘 들었다고 인사까지 했어ㅋㅋㅋㅋ라며 엄청 웃었다.
이 날 저녁엔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불꽃놀이 행사를 했다. 사키짱과 나라짱은 불꽃놀이를 보러 간다 했으나 나는 사람 많은 건 질색이라 다른 사람들과 숙소에 남았다.
참고로 전 날 플루와 메세지를 주고 받는데 걘 금요일에 떠나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던 중 다음날 불꽃놀이가 있단 걸 알고 월요일로 미뤘다고 한다. 아프단 놈이 그래도 할 건 다 하고 다니다 보다.
부엌에서 사키 짱과 이치로상이 만든 파스타를 먹고 나는 해변에 노을 보러 나갔는데 거기서 어떤 여자가 엄청 열심히 소라게를 찍고있었다. 그 사람은 그날 새로 들어온 유코상이었다.
유코상와 같이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고 노을을 본 뒤 저녁 준비를 하러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선 매 저녁마다 각자 음식을 준비해 나눠먹는 행사가 있는데 난 요리 못 해서 마트에서 산 교자 데워서 올리는 짓을 했다.
그날은 불꽃 놀이를 보기 위해 특별히 옥상에서 만찬이 열렸다. 그 날은 단골 게스트들이 많이 빠지고 혼자 온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 그 숙소의 분위기는 좀 복불복 성향이 강해보인다. 단골들이 많을 땐 친목이 너무 심해서 새로 온 게스트들은 도저히 끼어들 틈을 안 준다. 첫 날이 그랬다.
하지만 둘 째날은 정말 재미있었다. 불꽃놀이는 엄청 멀어서 소리도 안 들리는 수준이었지만 사람들과 같이 밥 먹고 떠드니 너무 좋았다.
밥을 먹은 뒤에는 와카사마 (본명 와카야마), 울산 시스터즈, 이치로상, 유코상, 노지마상과 불꽃놀이를 하고 사진도 찍고 신나게 놀아 재꼈고, 새벽에는 이치로상, 유코상과 플랑크톤?을 보러갔다. 밤바다에 물이 발목까지 차면 바닥에 미생물들이 반짝이는 걸 구경할 수 있는데 난 정말 듣도보도 못 한 광경이라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아무튼 정말 멋있다. 그 날 정말 많은 걸 했고 정말 재미있었다. 혼자 느긋하게 맥주 마시고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고 좋은 사진을 많이 찍는 것도 아주 좋다.
+
이 날의 충격적인 이야기는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한 분 있었는데 사실은 60세 였다는 것, 유코상이 서른이었다는 것, 그리고 프랑스 혼혈인 마유미가 40세 였다는 것!!!!!!!!!!
아이에게 꽃을 선물받고 답례로 노래를 불러준 밴드 멤버
엄청 작은 불꽃을 보며
아이 엉덩이 유
불타고있는 울산 시스터와 그걸 찍고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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