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녀온 지 무려 한 달이 지났기에 더 잊어버리기 전에 씀. 하 이제 연휴 끝이다.


서울 가기 전 날 밤, 모처럼 동행자도 있으니 맛있는 거 먹어보자해서 원나X푸드트X에 나왔다는 모츠나베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확실히 이 방송타고 한국인 손님이 엄청 늘었는지 아예 한국어만 쓰인 메뉴판이 따로 있었음. 맛있긴 하드라. 근데 내 기억엔 여기서 나베에 면 사리 추가하고 맥주도 몇 잔 마시고 명란젓까지 추가해서 꽤 배부르게 먹은 것 같은데, 나가자마자 세븐일레븐가서 딸기파르페를 사 먹음. 그거 왜 먹었지? 분명 배 불렀는데.... 알 수가 없다..
암튼 돼지처럼 먹고 디저트까지 파괴한 뒤 친구가 회사에 뿌릴 선물 산다길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돈키호테에 감. 그 전에 난 1층 서점 들러서 만화책 몇 권 샀는데 새벽이라 알바생들 눈이 잔뜩 풀린 게 정말 일하기 싫어보이고 인상 깊었다.
책 사고 친구따라 돈키호테 올라갔더니 역시나 그곳은 한국인들로 인산인해. 장기간의 일본여행중 한국이 그리워진다면 한식당에 가지말고 돈키호테를 가십시오. 그것은 여행의 진리.
평소 나는 기념품을 위한 기념품을 사는 행위를 극도로 꺼리고 특히 그 지역 특산품도 뭣도 아닌 족보없는 군것질거리 사오는 건 더 싫어하지만 이번엔 엄마가 오키나와 갔다가 반해 온 (그 놈의)곤약젤리 사 오라는 특명을 받아서.. 엄마꺼 사는 김에 일터 동료 주려고 젤리 몇 봉다리랑 과자 두 어개 사고 나 먹을 감씨과자 하나 삼.
그리고 이것이 다음 날 나에게 빅엿을 날릴 전초가 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 한채 즐겁게 맥주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데..데....

다음날 일어나서 그 북오프 알바생 또 보러갈래?이지럴 하다가 이른 낮 비행기를 타야해서 결국 포기하고(너무 슬펐다) 좀 돌아다니다 바로 공항으로 갔다. 근데 예상보다 좀 늦게 도착해서 비행기 놓칠까봐 바로 표 받고 허둥지둥 움직이는데, 그때 내 눈에 들어 온 푯말.
'곤약젤리는 기내 반입이 불가합니다.'

음? 시발? 난 그 젤리 빼면 딱히 짐 부칠 것도 없고 심지어 프로모션 티켓이라 수하물이 무조건 유료였는데 그깟 젤리 다섯 봉다리 가져가자고 4만원이나 주고 수하물 부치기도 싫고 그렇다고버리고 갈 수도 없고 나 먹으려고 산 거면 당장 버렸을텐데.. 내 평생 이딴 걸 외국에서 사 본적이 있어야 말이지 존나 ㅅㅂㅠㅠ 탑승 시간은 다가오지 그 놈의 젤리는 어찌 처리해야할지 모르겠지. 혼자 난감해서 승무원 언니한테 "저.. 사실 젤리를 갖고있어요." 라고 뜬금 고백했더니 친절하고 예쁜 승무원 언니가 인당 지퍼백 한 봉지에 넣어서 가져갈 수 있고 저 뒤에 약국가면 10엔 주고 살 수 있다고 알려줌. 근데 여기서 아 다행이다 하고 안도하기 전에 '시바 다섯봉지를 어찌 넣냐'이 생각부터 들었지만 일단 약국에서 친구거랑 내거랑해서 지퍼팩 두 봉지를 삼. 그리고 탑승장 줄 선 상태로 급하게 젤리 봉지를 다 뜯어서 지퍼백에 쑤셔넣음. 물론 당연하게 세 봉지 넣으니까 꽉 참. 그리고 나에겐 아직 두 봉지의 젤리가 더 남음. 여기서 한 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릴까 어찌할까 하다가 급하게 나보다 앞에 서 있는 친구 불러서 지퍼백 내놓으라 한 뒤 친구 가방 다 풀고 지퍼백 꺼내서 거기에 막 우겨넣음. 근데 친구도 그 놈의 젤리를 한 봉지 갖고 있었고 그걸 봉지채로 우겨 넣은 상태였기 때문에 졸라 봉지가 터지기 직전이었음. 하다보니 도저히 서서 그 작업?을 하기가 힘겨워 결국 맨바닥에 가방 다 풀어헤친 상태로 젤리 봉지 뜯고 지퍼백에 하나하나 꾸겨 넣음. 사람들 지나가다 나 막 쳐다보고 친구도 나 쪽팔려함. 시발..... 개같은 젤리 찌끄래기 때문에 왜 내가 이런 낭패를....엄마는 왜 나에게 이딴 걸 사오라 한 건지. 그냥 서울와서 인터넷으로 주문해다 줄 걸. 정말 너무 엿같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더 엿같은 건 검색대에서 그 젤리 엑스레이에 걸림ㅅㅂ 내 건 아니고 친구 가방이었지만 뭐 일단 알맹이는 내 거였으니까. 사실 얜 젤리말고도 가방에 들어있던 물이 걸려서 강제 가방 검사 당한 거지만 이 과정에서 뭔가 서로 수틀려서 서로 멱살잡이할 뻔함. 4일 내내 잘 지내다가 마지막날 공항에서 쏜나 주먹다짐할 뻔 ㅋㅋㅋㅋㅋㅋ심지어 친구 가방 풀 때 그 공항 직원들끼리 '뭐 걸린거야?' '뭐긴 뭐겠어ㅋ곤약이지.' 이런 대화하고 흡ㅋ
근데 막상 기내 들어갔더니 어떤 아줌마는 비닐가방에 엄청 많이 넣어서 탔던데? 존나 어쩌란건지.
병신같은 젤리새끼덕분에 진이 다 빠져서 비행기 좌석에 늘어져있는데 내 옆자리 사모님st 아줌마가 세관신고서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달래서 가르쳐 드렸더니 눈 침침하다고 나보고 써달라길래 직접 써 주고 갑자기 안전벨트가 안 잠긴다고 잠가달래서 도와줬더니 나중에 화장실 다녀와서 또 벨트 안 된다고 나보고 잠가달라하고 스발. 몇 번 도와주다가 고맙단 말도 안 하길래 짜증나서 '승무원한테 말 하세요.'하고 잠.
그리고 서울 도착하자마자 홍대 하카타X카 가서 정식 먹음. 가서 맛있는 걸 별로 못 먹어서...

참고로 날 빡치게 했던 그 젤리는 엄마가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두 봉지 다 까먹음. 뭐 엄마가 맛있게 잡수니..... 다행이긴 한데 다음부턴 그거말고 부디 다른 걸 사다달라 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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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