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일어나서 숙소 체크아웃 하는데 노기타상이 이제 어디 갈거냐길래 그냥 밥 먹고 슬슬 돌아다닌다고 했더니 근처 식당들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를 보여주었다. 속이 가벼운 음식이 먹고싶어서 가정식 집을 가기로 결정했고 노기타상에게 우리 여기 가려고요~ 말 했는데 알고보니 카나상이 낮에 파트타임으로 일 하는 곳이 바로 그 식당이었다. 아니 이런 우연이?하고 꼭 가겠다했는데 자세히 보니 오픈까지 1시간 정도 남았길래 전 날 갔던 목재 카페에 들르기로하고 노기타상과 빠이빠이 했다.
그리고 카페가는 길에 나의 식기 수집 욕구와 내 친구의 주부 본능을 동시에 충족해 줄 아주 멋진 그릇집을 발견 해 곧장 들어갔는데 내가 문을 열자마자 길냥이 녀석이 잽싸게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재빠른 것.
가게엔 아무도 없었고 가게와 연결 된 2층 주인집 아주머니(혹은 아저씨)가 키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개만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어서 그냥 우리끼리 그릇 구경하고 있는데, 마침 가게 앞을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어쩐 일로 왔냐고 묻길래 그냥 그릇 구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분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혔는데 제대로 못 들어서 그 가게 주인인지 주인의 가족인지 아니면 그냥 이웃분인지 아직까지도 모름. 암튼 그 분은 돼지같은 배낭을 멘 우릴 보고 뭐 사러왔냐, 여행 왔냐, 어디에서 왔냐, 학생이냐 등등 엄청나게 많은 질문을 했고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자기 딸도 방학 때 한국에 갔다 온 적 있는데 한국을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밥그릇 구경하고 있는 걸 보고선 한국에선 모두 쇠그릇을 쓰죠?라고 묻길래 뭐 그렇진 않다, 가정에선 오히려 쇠그릇 안 쓴다 했더니 '?아......... 그래도 젓가락은 쇠 맞죠????!!' 라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한 굉장한 확신을 내보이셨다.
아 그리고 윗층에서 우릴 내려다 본 개 이름은 다름아닌 '지용'이라고 하심. 내가 혹시 모 아이돌 그룹 멤버 이름에서 따 온 거냐고 묻자 그건 모르는데 한국이름인 건 맞다고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니....! 어머니 따님이 왜 한국을 좋아하는지...방학 때 한국에서 뭘 했는지.....! 저는 알 수 있겠군요........... 하하하 (여기서 유추해 보았을 때 그 아주머니가 가게 주인이 맞았던 듯.)
그릇 두 어개씩 사고 나와서 우리의 목적지인 목재 카페에 갔는데 카페 주인 분이 '여름 눈 랑데뷰'의 롯카랑 진짜 똑같이 생겼었다. 만화보면서 내가 항상 상상하던 그런 이미지와 완전 같아서 아주 신기했음. ㅇㅇ맞음 나만 신기한 얘기임.
커피 마시고 오픈 시간에 맞춰 원래 가려 던 식당에 도착했더니 카나상이 아주 반갑게 맞아줬다. 식당은 나름 크고 조용하고 고급스럽고 암튼 맛있고 좋았음. 갑자기 쓰기 귀찮다. 나는 사시미 딸려나오는 정식에 친구는 뭐 먹었지? 암튼 건강식 먹고 후식으로 커피젤리랑 브라우니랑 마메칸 나옴 맛있었다~_~ 4일동안 먹은 것 중 제일 음식다운 음식이었던 듯;
밥 먹고 나선 할 거 없어서 동네 산책하다가 초딩들 보고 싶어서 몰래 초등학교 뒷뜰에 잠복 성공. 물론 학교 안에 들어간 건 아니고 울타리 너머 학교 뒷편이 보이는 골목에 여고 앞을 서성이는 바바리맨처럼 슬금슬금 돌아다님. 여기서 초딩들 공놀이하는 거 몰래 훔쳐보다가 경비아저씨한테 걸리고 타지에서 험한 꼴 볼까 봐 빠르게 사라졌다.
아 이 날 할 거 졸라 없어서.... 캐널시티 버금가는 관광객들의 메카 오호리 공원에서 전 날 마에바루가서 샀던 카마보코랑 밤에 먹다 남은 미타라시당고, 음료수 잔반 처리함ㅋㅋㅋ 근데 이때 날 좋아서 벤치에 한참 앉아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마라톤 연습하시는지 우리 뒤를 10분 간격으로 계속 지나감. 엄청 헉헉 거리고 곧 쓰러질 것 같은데 끝 까지 포기 안 하고 한 5바퀴는 돈 듯. 근데 그 아저씨 계속 지켜보다가 친구한테 그 아저씨 또 오면 그때 일어나자ㅇㅇ했는데 아저씨 10분 지나도 안 옴. 한 20분 기다린 것 같은데 그때도 안 옴. 아저씨 쓰러진 거 아니냐? 집에 갔나? 우리가 못 봤나? 이러고 온갖 추측 난무하다가 에이 그냥 가자 하고 자리 정리하는데ㅋㅋㅋㅋㅋㅈㄴ저 멀리서 아저씨 헉헉대면서 힘겹게 달려 옴ㅋㅋㅋㅋㅋㅋ 그거보고 서로 괜히 감동받고ㅋㅋㅋㅋ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과 교훈을 함께 선사한 졸라 신파극같은 남자. 그는 좋은 오뚜기였습니다.
롯카언니와 주거 침입범과 문제의? 개 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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