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2015. 5. 10. 04:26 from 짖기

며칠전 내가 단골이었던 동네 만화방이 재개업하는 꿈을 꿈.
10여 년 간 대여료로 수십만원을 때려박던 나의 똘마니 시절 추억이 담긴 장소였지만 지금은 문을 닫아 없어진 그 곳.
그 추억중 가장 기억나는 건 친구년이 거기서 책 빌린걸 까먹고 이사를 가서 2년후에 발견하고 돌려줬는데 연체료가 27만원 나온 일.
하지만 둘 다 단골이었고 연신 죄송하다 사과해 선량한 아저씨는 연체료를 5000원만 받으셨다.(사실 이건 나에게만 추억이고 아저씨에겐 죽이고싶은 기억이겠지)
지금 집으로 이사 온 후에는 바로 집 앞에 책방이 있어서 그 쪽은 자연스레 이용하지 않게됐다.
근데 그 집 앞 책방 주인은 내가 갈때마다 늘 만화책을 쌓아놓고 보고 있었고 이미 목적이 돈>취미가 아닌 취미>돈의 영역에 서 있었음. 그 때문인지 얼마 안가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런 연유로 나는 다시 내 덕후인생의 시발점이자 흑역사의 절대성역 단골집을 방문하지만 이미 문을 닫은 후 였고, 그렇게 우리 동네 만화방들은 죄다 씨가 말라버리고 멸종하게 돼 나는 몇 년간 강제 탈덕을 당했다는 슬픈 이야기...
지금 로드뷰로 그 만화방있던 자릴 보는데 그 동네가 워낙 변두리긴 했지만 나름 사람사는 냄새가 났는데 지금은 과연 이 동네에 인간이 살고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황량하다.
그땐 뭔가 가난하고 행복했는데 지금은 가난하기만 함.
그리고 예전 살던집도 보고 싶었는데 미친변두리 구석탱이라 로드뷰에도 안나온다!!!!
골목이 좁아터져서 차가 못 들어갔겠지 서울에도 현대기술에 쌍엿을 날리는 촌구석이 존재한단게 놀랍다 그리고 내가 그 놀라운 곳에 살았단건 더 놀랍다.
예전 로드뷰 사진 보는데 가게 없어진지 8년 정도 됐다 생각했는데 2011년까지도 있었단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됨.
맨날 그 앞 떡볶이집에서 떡볶이 주워먹고 만화책 빌려서 집가서 만화보다 퍼질러 자는게 내 일상이었는데. 그 당시 만화를 얼마나 봤냐면 그 때 찍힌 내 사진 중 대부분이 손에 만화책을 들고있음...
그때 하도 만화를 쳐봐서 지금의 완전한 잉여폐인정신또라이가 탄생한거라 생각함ㅇㅇ 고로 좋은 조기교육이었음.
만화는 지금도 보지만 그때가 그립다 요즘 너무 아저씨처럼 추억팔이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땐 적어도 일찍 자는 잉여였는데 지금은 왜 늦게자고 늦게일어나는 잉여가 되었을까
그리고 결국 나는 또 생각나는대로 지껄이고 있구나 내일 나가기싫어서 집에 있을까 생각 중이다
집에서 참외 까먹고 만화랑 영화보고 싶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건 3년 전 그 27만원 연체녀와 새벽 1시 경 동네 만화방에 갔는데 우리 둘을 제외하고 손님은 모두 잉여력 최상의 자유영혼 아저씨들이었지만, 슬프게도 우린 너무 자연스럽게 그 안에 동화됐다.
그 날 아가씨와 아저씨의 경계란 고작 한 글자 차라는 걸 새삼 깨닫고 우린 즐거이 4시까지 독서를 즐겼다는 세상에서 제일 개쓸데없는 이야기로 오늘 하루 허무맹랑하게 마무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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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