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돌

이렇게 올해 지산도 끝

개털 2017. 7. 31. 05:07

작년에 지산 다녀온 게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2017년도 지산도 이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항상 락페 끝날 때 쯤이면 여름도 끝나는 기분이라 현실로그인을 못 하고 우울감에 빠지곤 하는데 지금은 현실로그인이고 뭐고 빨리 집가고싶다 피곤해 뒤지겠다.
빌어먹을 셔틀버스가 30분이나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눈 앞에서 심야버스를 놓치고 지금까지도 집에 도착을 못 하고 있다. 몇 시간 후 일터에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니 진짜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잠적하고 싶어짐.
최근 지산은 굳이 3일권 끊을 필요가 없어서 계속 1일권만 끊고 다니는데-사실 이것도 가기싫은데 자꾸 거슬리는 라인업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하루는 가게된다-이젠 정말 하루 만으로도 몸이 개박살난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 짓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번엔 당연히 고릴라즈 때문에(라고 쓰고 데이먼 알반때문에 라고 읽는다)가게 됐다. 평소같으면 간 김에 이 공연도 보고 저 공연도 보고 뽕을 뽑는데 올해는 나에게 상당히 뜨뜻미지근한 라인업이 뽑혀서 거의 고릴라즈 공연에 올인하게 되었음.
얼마나 올인했냐면 시발 내가 펜스 잡고싶어서 바리케이트 존 안에서 장장 5시간을 서서 기다림. 정말 미친 것 같다. 나처럼 힘든 거 싫어하는 인간에게 5시간은 체감시간 50시간에 맞 먹는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보통은 앞 쪽 사이드나 뒷 자리를 선호하는데 이건 이례적인 일임.
그런 내가 5시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건 오직 '그가 내(남)한 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불안감 때문 이었던 것 같음.
아무튼 그런 개고생의 대가로 무대 중앙 펜스 쪽에 서게 됐다. 펜스를 잡지는 못 하고 그냥 내 앞에 펜스를 잡고있는 두 사람의 틈에 껴 있는 그런대로 시야가 확보 된 아주 좋은 자리였음. 소규모 공연을 제외 했을 때 내 공연 관람 역사 상 가장 가깝고 잘 보이는 자리인 듯. 그리고 그 자리를 선택한 것은!!!!!!내가 올해 한 선택 중 제일 잘 한 선택이었음.
졸려서 내일 이어서 쓰겠다.

현실로 너무 빨리 복귀해서 어제 일이 잘 기억 안 난다. 남들이 찍어놓은 직캠보면서 아놔 내가 불과 24시간 전까지 저기 있었다니 이런 생각 중.
다만 데이먼이 펜스 중앙 쪽으로 난입?했을 때의 기억은 아주 생생하다. 왜냐면 그 바로 앞에!!!!!그리고 밑에!!!!! 내가 있었기 때문임!!!!!!!!! 왜 그렇게 팬들이 펜스에 집착하는지 와 나 음덕질 십 몇 년만에 처음 체감함. 아무리 팬이어도 라이브만 들으면 장땡이라 생각한 무지하기 짝이 없던 지난 날의 나 자신을 장마철 먼지나도록 패고싶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나는 그의 육체를 마음껏 쓰다듬고 같이 손도 잡고 본의 아니게 아밀라아제도 공유하고 아주 미치도록 데이먼 알반이라는 생명체의 존재감을 확인함. 무엇보다 그의 반짝이는 금빛 치아를 굉장히 해부학적인 시점에서 볼 수 있던 점이 인상깊었음. 그를 공연장이 아닌 다른 장소-이를테면 런던 길바닥이나 어딘가의 공항-에서 마주쳐 아주 가까이 접근할 기회가 생긴다 쳐도 절대 구경할 수 없는 장면일 거다.
이때 난 완전히 흥분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뒤에 있던 빌어먹을 청년들이 앞 쪽을 미친들이 밀어대는 통에 내장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아티스트가 관객석에 다가왔을 때 너도 나도 밀어대는 건 뭐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좀 심각하게 질서가 없더라. ㅅㅂ혈기왕성한 새끼들
그 와중에 데이먼은 혼자 난간 올라가서 재롱 피우고 난리남. 눈을 데이먼에 고정 되어 있으면서도 몸은 밀려나는 거 버티느라 아주 환장하게 힘들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언제 끝나지..아냐 안 끝났으면 좋겠다..아 언제 끝나지...아 앙대...x100000 이 짓거리 무한반복함.
그나저나 내가 데이먼을 사랑한 가장 큰 이유 중하나인 나이를 먹어도 변치않는 young하고 순수한 모습을 이 날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댄스나 무대에 벌러덩 눕는 쌩뚱맞음이나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찌 그리 안 변하고 똑같은지. country house 뮤직비디오에서 짓던 한 표정이 자꾸 오버랩되서 웃기고 좋았음.
사실 난 데이먼 알반의 팬이기 이전에 철저하게 '블러' 팬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누군가가 블러 팬이냐고 물었을 땐 오십 번 끄덕이고 고릴라즈 팬이냐고 물었을 땐 두 번 끄덕이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블러로 활동할 때의 블러 모드 데이먼에게서 느끼는 것과는 좀 다른 고릴라즈 모드 데이먼의 모습들이 좋다.
그리고 투어 멤버인 언니 오빠들 너무 쎽씨함!!!!!!!

공연 끝나고 다른 구역에서 놀고 있던 친구와 재회하자마자 "으알ㄹ락땬꺙 나 데이먼 살결도 쓰담고 막 응앙라각" 했는데 알고보니 자기는 그 상황 스크린으로 다 지켜봤다고ㅋㅋㅋㅋㅋㅋ 보자마자 "어 쟤 개털이잖아?" 했는데 애가 거의 반 미쳐있고. 문제는 내가 스크린에 계-속 나왔다고 함. 시벌탱.
이왕 이렇게 된 거 엠넷은 실황 영상을 풀어라 그거 캡쳐해서 내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쓰게 바둑판 스타일로다가.





멋쟁이 아재 데-몬.

공연 전 sns로 후지록 직캠 찾아보는데 걔들은 데이먼을 데-상이라고 부르더군. 뭔가 웃김


제프 우튼이 자기 트위터에 올린 새마을 식당 간 사진ㅋㅋㅋㅋㅋㅋㅋ
알바생이 코 앞에서 7분 김치찌개 휘리릭 뿅 퓨전하는 거 보면 눈 뒤집힐텐데?!






+
기억에 남는 몇몇 사람

1. 피카츄의 위대함에 대해 심오하게 토론하던 외국인들. 피카츄와 피츄의 차이점을 열심히 설명하던 모습이 인상깊었음.

2. 고릴라즈 공연 때 펜스 붙잡고 노엘갤러거 관련 sns글들에 하트 따발총 날리던 여성. 그녀의 휴대폰 바탕화면 또한 노엘이었다.

3. 마찬가지로 고릴라즈 공연 때 계속 "노엘!!!!!!!!! 오아시스!!!!!!!!" 외치던 남자.
존나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데 왜 하는건지 이해 안 갔음.
이왕 어그로를 끌 거면 노엘이 아니라 브렛을 외치던가.



우린 친해열.

그나저나 이 사진 지금 보니 되게 발육 좋은 초딩이랑 성장판 일찍 닫힌 삼촌이랑 찍은 것 같음